필자는 십여 년 전에 새벽에 신문배달을 일 년 정도 한 적이 있습니다.

중학교 시절로 기억됩니다. 새벽에 일어나 4시에 문을 여는 시립 도서관을 찾을 때부터 라고 기억됩니다. 새벽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살아서 움직인다는 뿌듯한 자부심, 어두운 적막 속에 담긴 깨끗함과 신선함이 무엇보다도 필자를 상쾌하게 만들어 주며,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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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건강이 좋지 않을 무렵에 신문 배달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움직이자, 뛰자. 그런데 마음뿐이므로 내게 강제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아파트 두 개 단지를 맡았습니다. 처음에는 동 호수에 신경을 빼앗겨 아무런 생각도 없었지만 두 달 정도 지나자 비로소 여유가 생겨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끄덕끄덕 졸고 있는 경비원, 술에 취해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잠든 남자, 아파트 정원에 쪼그리고 앉아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자. 부부 싸움하는 소리가 32평 아파트의 새벽 모습이라면, 원룸은 달랐습니다. 새벽에 퇴근 하는 여자, 아파트를 빠져나와 집으로 향하는 중년의 남자와 중녕의 여자들, 문을 열고 나와 바로 옆방으로 들어가는 여자, 가슴이 훤히 비치는 속치마 차림으로 통로를 서성이는 여자. 그리고 섹스 하는 소리. 출입구에 수거가 되지 않은 자장면 그릇들.

겉보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이때 또 배운 것이 있습니다. 원룸이라는 것이 평소에 알던 살기만 편한 곳이 아니구나. 아니 정말 편한 곳이구나. 섹스까지도 자유로운 곳이니까.

그런데 얼마 전에 어떤 구독자로부터 이런 내용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황당한 경우가 다 있습니까? 남편이 불륜에 빠졌고, 그래서 별거 중인데, 남편에게 전화를 하면 남편이 상대하는 여자가 받습니다. 그리고 제게 욕을 합니다. 잠을 자는데 왜 깨우느냐. 꼴 보기 싫으면 이혼해라. 다시 전화하면 주둥아리를 찢어 놓겠다. 라고 합니다.”

필자야 워낙 많이 들어 온 터라 요즘 세태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알지만 처음 당해 본 사람들은 정말 황당하고, “세상이 망할 징조다.” 라고 할 만합니다.

이런 답 메일을 보냈습니다.

사람은 입장이 만듭니다. 사람은 상황이 만듭니다. 저는 남편의 불륜이나 끊임없는 외도 때문에 이혼을 고려하는 아내와도 상담하고, 가정이 있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자와도 상담합니다. 아내의 불륜으로 매일 술을 마시는 남편과도 상담하고, 아내 자신의 불륜 때문에 가정이 파탄 나는 것이 싫어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아내와도 상담합니다.

그래서 이런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부인의 입장은 당하고 있는 경우이지만, 남편의 불륜으로 부인이 이혼을 한다면 가해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부인에게 그렇게 험한 말을 한 남편의 여자도 남편의 불륜 때문에 이혼하고 혼자 사는 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인도 입장이 바뀌면 그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용서가 아니라 화해의 길을 모색하십시오.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용서한다, 못한다, 의 개념이 아니라, 화해의 개념이 되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화해하고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까? 하고.
다시 말씀드립니다. 용서가 아니라 화해입니다. 배우자의 불륜은 상황이 만들어 낸 것이므로 두 사람 모두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