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부족할 것 없는 가족. 교수로 잘나가는 남편과 똑 소리 나는 아들, 거기에 아는 거라곤 가족과 친지밖에 없는 현모양처. 하지만 이들 사이에 어느 날부터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발단은 믿었던 친구. 세상 누구보다 자신을 이해해줄 것 같았던 친구와 절대 의심조차 품지 않았던 남편이 눈이 맞았다면?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알게 됐다면? 

박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충격과 배신감이 들 것이다.
윤 이제까지 믿어왔던 것이 한꺼번에 무너질 것 같은 배신감, 생각만 해도 분하다.
김 나 같으면 먼저 상황 파악을 할 것 같다. 그러면서 남편이 왜 바람을 피웠을까를 먼저 생각할 것 같다. 내게 부족한 건 없었는지.
윤 실제 내 상황이라면, 일단은 지켜봐야 할 듯하다. 힘들겠지만 한순간에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다. 제일 먼저 아이들도 있고.
박 이건 지켜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드라마에서 김상중을 보면 너무나 뻔뻔하다.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경우다. 남편의 맘이 이미 돌아섰다면 잡을 수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한번쯤은 용서해줄 수도 있을 듯하다. 드라마에서도 한번은 용서하지 않았나.
윤 글쎄, 진정한 용서는 아닌 것 같다. 배종옥도 남편의 진짜 의중을 알아보기 위해 한번 떠보는 것이 아니었을까. 드라마를 보다 보면 남의 얘기가 아닌 것 같다. 나도 신랑의 휴대폰을 볼까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사회생활을 하는 남편, 때로는 타의에 의해 그런 상황에 끌려들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박 작정하고 바람피우는 경우는 없다. 한두 번 만나다 보면 끌리는 것 아니겠나. 처음부터 아내를 배신하겠다고 작정하는 경우는 없을 거다.
김 김희애의 당당하고 섹시한 모습을 보면 남편이 와이프에게서 발견할 수 없는 면을 보고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윤 남자의 뇌구조는 단순하다지 않나. 바람을 피웠다고 자꾸 다그치기만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 여자는 남자보다 가정을 지키고 싶은 심정이 크다. 실제로 주변을 보면 바람을 피웠어도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오히려 몰랐으면 하는 마음도 들 것이다. 배종옥이 언니(하유미)한테 ‘왜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느냐’고 따지는 부분을 봐라. 다른 여자에 빠졌어도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 그게 많은 여자들의 마음이다.
윤 정말 헤어질 생각이라면 마음을 독하게 먹고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경제적인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 한편으론 돌아올 수 있다는 기대도 있겠지만. 바람피운 사실이 발각되자마자 아이에게 미리 이야기하지는 못할 듯하다. 과정을 지켜보고 부정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을 때 아이한테도 이야기하는 게 가능할 거다. 헤어날 수 있는 바람인지, 아니면 완전히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인지가 중요하다. 누구한테 이야기 들었다고 바로 이혼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행동이나 말 등 평소와는 다른 부분을 짚어내고, 남편의 외도 사실을 이야기해준 사람의 의도도 파악해야 할 듯싶다.

  ::현실에서 이혼을 망설이는 이유는?

윤 우선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다면 이혼할 것이다. 만약 내가 전문직, 경제적인 능력이 있다면 이혼을 망설이지 않을 거다. 아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도 이혼 결정의 어려움이 달라질 것 같다.
김 나 같은 경우에는 이혼만은 피하고 싶다. 드라마에 나오는 위자료나 경제적인 얘기는 일부 부유층의 얘기가 아닐까. 우리 같은 서민과는 큰 차이가 있다. 내게는 경제적인 면보다 아이에게 큰 비중이 갈 것 같다. 바람을 피웠을지언정 내가 몰랐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이유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라고 할까. 한낱 바람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도 상대의 성(性)적인 면, 나하고는 다른 점에 끌렸을 거라는 걸 어느 정도는 인정해야지 않을까?
박 일단 깨진 접시는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옛날의 행복은 다시 돌이킬 수 없다. 모든 걸 묻은 채로 지내다 보면 서로에게 잘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계속 갈 수밖에 없다. 마치 전과자에게 전과가 계속 따라붙듯이. 굳이 남자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건 아니라고 본다. 돌아와도 상황은 뻔하다. 가서 그 여자랑 살아보라고 하겠다. 1~2년 살다 보면 결국 똑같을 것이다. 지금은 둘만 있기 때문에, 주변에 엮인 관계가 없기 때문에 부딪칠 게 없다. 하지만 막상 결혼이 이뤄지고 나면 시댁, 아이, 주변 사람들이 걸리게 된다. 결국 결혼 후의 삶은 연애와는 다른 거라는 걸 깨닫게 될 거다. 남편의 맘이 떠났다는 것 자체가 용서가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혼자 살아간다는 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이 남자가 이혼해달라고, 제발 헤어져달라면 이혼하겠다. 아이도 키울 수 있게 해주고, 양육비도 준다면, 그러면 이혼한다. 하지만 진심으로 용서를 빈다면 받아줄 것 같다.

  ::남편의 외도는 드라마 속 일, 정작 나는 남편을 믿고 있나?

김 나는 솔직히 믿는 편이다.
박 100% 믿음이란 건 없다. 어떻게 사람이 100% 확신을 하겠나.
이 굳이 말하자면 80% 정도. 남자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문제도 있으리란 이해도 간다.
윤 우리 남편은 밖에 나가서 어쩌다 총각 대우라도 받으면 그걸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남자들한테는 그게 자랑인가 보다. 솔직히 여자는 미안해서 그런 얘기 잘 못한다. 그런 얘기 자꾸 들으면 ‘이 남자가 다른 여자들에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살짝 들기도 한다. 활동적이고 사교적인 남편이라면 불안함이 더 내재돼 있을 듯하다.
이 남편이 바람을 피운 사실이 기정사실이 되면, 오히려 상대 여자와는 일절 접촉을 안 할 것 같다. 내 남편과 대화하겠다. 만나서 여자의 얼굴 보고 이야기까지 나눈다면 더 괴로울 것 같다.
박 난 외도의 대상보다 남편이 더 미울 것 같다.
김 친정아버지가 ‘네 나이가 60이었다면 이렇게 큰 문제로 다가왔겠느냐’는 대사가 생각난다. 지금 30대인 우리와 50대 이상의 주부라면 생각이 또 달라지지 않을까? 지금처럼 ‘이혼’ 쪽으로만 흐르지는 않을 것 같다. 옛날에는 바람을 피워도 대부분 인정하고 살았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거다. 내 경우엔 완전히 끝을 맺는다는 건 바람직한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
윤 만약 여자가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한 경우라면 이야기가 또 달라질 것이다. 남자가 좋아서 한 결혼은 오래간다는 말도 있지 않나. 그런데 만약 그런 상황에서 바람이 났다면 더욱 심한 배신감이 들었겠지.

  ::맞바람에 대한 내 생각은?

윤 솔직히 배종옥이 다른 남자 만나는 장면을 보고 통쾌했다. 내게 닥친 현실이라면 맞바람을 피우기보단 오히려 남편을 가족행사나 모임에 자주 끌어들일 것 같다. 애가 없는 것과 있는 것은 큰 차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한번쯤 피울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박 아무리 가족행사에 참여한다고 해도 마음은 이미 떠난 거다. 한번 빠지면 남자나 여자나 배우자에게 신경 안 쓸 수밖에 없다. 형식적으로 돌아와 봤자 잘살긴 그른 거다. 나라면 맞바람을 생각하기 이전에 ‘이혼하고 한번 살아보라’고 말하겠다. 겪어봐야 어차피 똑같다는 걸 안다.
이 난 절대 맞바람 같은 건 안 한다. 똑같은 인간이 되기 때문이다. 결혼 초기만 해도 이런 경우 그대로 복수해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있다. 아빠 바람에 충격을 받았는데, 몇 년 뒤 엄마까지 그런다고 해봐라. 아이들에겐 너무 큰 혼란과 충격이다.
김 외도가 한창 진행 중이고 이제 막 사실을 알았다면 경황이 없어서 아무 생각도 못할 것 같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마음의 정리가 됐을 때 누군가 다가온다면 넘어갈 듯도 하다.
박 아니다. 남자에게 그만큼 당했는데 또 다른 남자가 찾아온다고 다시 그 상황을 반복하고 싶진 않을 것 같다.
윤 서로 외도를 인정하고 즐기면서 편하게 사는 부부도 있다더라. 남자 접대부가 있는 곳으로 가서 놀 정도로. 이런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윤 나라면 일부러 더 안 놔준다. 더 고통 받으라고. 내가 포기하면 둘이 더 잘되는 것 아닌가? 나에게도 너무나 치욕적인 일이다.
김 난 오히려 또 다른 사랑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입장이니까. 하지만 결국 그녀를 택한다면 보내주겠다. 이성적으로 그렇겠지만 마음까지 순수한 사랑으로 그들을 바라본다는 건 물론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하다.
이 안 놔준다. 여자들도 아이와 가족 때문에 다 자제하고 사는 거다. 남자라고 외도를 정당화할 이유는 아무 데도 없다. 남자가 능력 있고, 주변 환경 때문에 외도에 빠질 수도 있다. 꼭 외도 방지책이라기보다는 우리 부부의 경우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리를 자주 만들려 한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회사 얘기도 나오고 집안 얘기도 나오기 마련이다. 평소에 책도 읽고 해서 남편과 대화가 끊어지지 않도록 한다. 아내와 술 한잔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얻는 게 있다는 생각 들도록 말이다.
윤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건 아마도 남편을 믿기 때문이지 않을까.
박 많은 여자들이 대부분 내 남자는 안 그럴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것 같다.

  ::바람을 피운 두 사람, 과연 행복할까?

이 드라마를 보며 가끔 내가 화영(김희애)의 입장이 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결론은 절제하고 자제해야 한다는 거다. 자기 혼자 지옥에 떨어지는 게 다가 아니다. 상대편 부인과 아이에게도 너무나 큰 아픔이란 걸 알아야 한다. 하지만 만약 아이가 없다면 화영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윤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건 참아야 한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생각 자체를 말아야 하는 거다. 드라마를 보면 화영이가 친구의 부러운 면을 뺏고 싶은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거기에 마침 남자까지 관심을 보인다면 친구에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을 거란 생각도 든다.
박 그런 상황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듯하다.
김 화영도 어찌 보면 참 안 된 사람이다. 가정에서 생계를 책임지고, 사랑도 못 받고 이용당하면서 자라오고. 자기도 평범한 가정주부, 사랑받는 여자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이 바람을 피우기는 했지만 자기들끼리는 아주 행복할 듯하다. 옛날 연애시절의 감정이 똑같이 타오르지 않겠나. 행복하니 그렇게 오피스텔에서 함께 사는 거 아니겠나. 둘만으로만 본다면 너무나 행복할 것이다.
윤 나가 살라고, 바람피우라고 놔준 상황인데 얼마나 맘도 편하고 좋겠나?
김 사랑으로 인정해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둘 사이에는 행복 그 자체일 것 같다.
박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똑같을 수밖에 없다. 김희애도 김상중과 살면서 전업주부가 된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다시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거다. 생활인으로 살다 보면 힘든 상황은 찾아오게 된다.
김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고 끌고는 가겠지만, 여자는 남자가 원하는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화영도 그러다 보면 마냥 행복할 수 있을까 싶다.

  ::행복한 결혼, 부부생활의 조건은?

김 믿음과 신뢰다. 설사 믿지 못할 상황이 있더라도 끝까지 믿을 수 있을 정도의…. 나는 아직까지 한 사람의 여자로서 남편과 사랑을 계속하고 싶다. 앞으로 더 나이가 든다 해도 말이다. 내가 너무 순진한 건가?
윤 나라면 대화, 취미 등 남편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한눈팔지 않게 할 것 같다.
이 참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도를 참는다는 말이 아니다. 아이 문제, 시댁과의 문제 등 그냥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도 남편에게 토로하고 불만을 표출하는 일이 잦다. 으레 있을 수 있는 일을 더 크게 만드는 거다. 참는다기보다 바꿔 말하면 지혜로운 배려라고 할까.
박 당연히 서로의 노력이 제일 중요하다.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 서로 다른 점에 대해서도 무조건 강요만 할 것이 아니라 인정해줄 건 인정해주는 자세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