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6개월 된 주부로 우울증 때문에 고생…

20대 후반의 결혼 3년 된 주부입니다. 현재 생후 6개월 된 아이를 가진 엄마인데, 우울증으로 너무 많이 고생하고 있습니다. 매사에 흥미를 잃고 식욕도 나지 않고 그토록 기다리던 아이도 너무 짐같이만 느껴집니다. 이런 제 자신이 너무 싫고 화가 나서 때론 죽고 싶은 생각까지 해봅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출산 3∼4일 이후부터 이러한 증상을 조금씩 느끼다가도 자연스럽게 극복을 하지만, 출산한 여성 중 10% 정도는 만성 우울증으로 변질되어 아이를 키우거나 결혼생활을 지속하는데 심각한 영향을 주는 산후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고, 임산부 1000명 중 1명은 심각한 적응장애를 겪는 비극적인 정신병으로까지 발전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미국 텍사스에서는 산후 우울증을 심각하게 겪던 아이 엄마가 자신의 아이 5명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 미수로 경찰에 체포돼 전 세계를 경악시킨 사건도 있고, 또 우리나라에서도 몇 달 전 자신의 아이를 죽이고 자살한 새내기 엄마의 비극적 사건이 있었다.

산후 우울증은 이제 질병으로 인식되고 심각하게 다루어져야만 한다. 산후 우울증이 제대로 치유되지 않으면 결혼관계에 심각한 장애와 불화를 초래할 수 있고, 우울증을 가진 엄마에 의해 양육되는 아이들이 통계적으로 심리적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산후 우울증을 초래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로 밝혀져 있다. 첫째는 신체적 요인으로 임신과 관련된 호르몬의 비정상적 작동이 우울증을 초래할 수 있는 주요 원인이다. 이런 경우 산부인과나 정신과 의사와의 밀접한 상담과 의학적 처방(약물치료)이 반드시 필수적이다. 둘째는 심리적 요인이다. 평소에 불안증이나 완벽 강박증 등을 가졌던 사람들에게서 산후 우울증 증상을 더 심각하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하면 '태교'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상담 전문가들과의 상담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는 환경적 요인으로 불화가 많은 부부관계나 과도한 시집살이, 경제적 압박감, 자녀 출산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 등이 산후 우울증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많은 연구들이 있다.

가족들의 사랑 어린 배려와 관심, 남편의 출산 전후에 관련된 도움 등은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절대적 자원이 된다. 더불어 교회나 같은 경험을 했던 집단들의 도움이 꼭 필요한 자원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자신의 어려움을 다른 사람과 용기 있게 나눌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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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환 <연세대교수·목회상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