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이라도 모니터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통통한 엉덩이, 그 사이에 모자이크 틈새로 언뜻언뜻 비치는 체모, 고양이와 개의 울음소리를 섞은 듯한 육성과 함께 매일 밤을 보냈더니, 길에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옷을 입고 있는 것이 비정상 같다. 오히려 포르노 속 주인공이 친구라도 되는 양 인간적인 애정이 생기기까지 한다. 포르노 예찬론자가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포르노 속에는 머리 아픈 연애 심리학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로지 동물적 욕구만이 팽배할 뿐. 그리고 상상력이 무궁무진하다. 삽입의 조준 부위나 오럴 섹스 등에 절대로 한계가 없다. 사람의 감각은 분명 5개인데 포르노 속 주인공들은 적어도 두 배 이상의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분명 내가 가지지 못한 포스를 가졌기에 흡입될 수밖에 없다. 못하는 게 없고 싶은 사람에겐 포르노 또한 정복 대상인 것.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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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더 기를 쓰고 화면을 주시했다. 영어를 쓰는 금발의 왕가슴 미녀가 화면에 얼굴을 들이밀며 비웃는 듯했다. 그 여자, 날 자극했다. 그때부터 그녀들의 섹스 스킬을 배워야겠다는 일념 아래 밤마다 벌건 눈을 하고 포르노 공부에 들어갔던 것이다.
금발의 왕가슴 미녀는 극중에서 탈옥수였다. 탈옥 후 교도소 인근 산야를 돌아다니며 그동안 굶주렸던 욕정을 무차별적으로 발산했다. 길에서, 풀밭에서, 주유소에서…. 그녀의 욕정을 채워줄 남성들은 많았다. 인간으로 진화가 덜 된 생명체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무서우리만치 격렬한 몸부림의 그녀가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이 있었다. 아름드리나무 그늘에서 섹스를 즐길 때였다. 나무에 기대고는 앞가슴을 풀어헤치더니 아주 서서히 바닥에 누웠다. 체위는 아주 노멀했다. 남자는 자신의 페니스를 아주 천천히 삽입했다. 순간 야성적인 그녀도 에덴동산의 순결한 이브라도 된 양 순수해 보였다. 과장되게 말하자면 화면에서 향기가 나는 듯했다. 언젠가는 나도 해보리라. 수첩에 적었다. 생전 처음, 섹스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이는 순간이었다.
영어권의 포르노가 아주 육감적이라면 일본의 포르노는 보기에 좀 거북하다. 교복 입은 아이들이 나타나 못하는 짓이 없다. 유끼짱이라 불리는 여자아이가 어떤 아저씨의 정액을 너무나도 맛있게(?) 먹는 장면이었다. 과일 푸딩 광고라도 찍는 줄 알았다. 그러는 동안 남자는 다른 건 하지 않고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남자들 중에는 여자가 자신의 정액을 먹어주길 바라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혹시 그이도?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고 준비한 장면을 같이 보며 “내가 저렇게 해주면 좋을 것 같아?”하고 물어본다. 다행히 아무 말이 없다. 상대가 “응”이라고 대답한 운 없는 여자들이여, 옛날에 원효대사도 해골 물을 아주 맛있게 먹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포르노를 고를 때는 일단 각각의 파일 밑에 달린 리플을 보고 클릭한다. ‘여자 예쁘고 쇼킹함’이라고 쓴 누군가의 리플을 보고 ‘청바지 입은 여인’을 클릭했다. 일본 여자 둘이서 타이트한 청바지를 입고 한 남자와 섹스를 즐긴다. 절정에 이르렀는지 남자는 두 여자의 바지 밑위를 찢었다. 타이트한 바지 사이로 삐져나온 통통한 그것을 매만지더니 손과 페니스를 자유롭게 왕래시켰다. 이미 검정 스타킹을 찢어서 삽입하는 모습은 연예인 모 양의 비디오가 나돈 이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청바지는 조금 쇼킹했다. 이 경우 청바지를 찢기도 힘들 뿐 아니라 터진 바지를 입고 돌아다닐 수도 없기 때문에 집에서나 가능하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섹시한 옷은 팔랑거리는 원피스가 아닐까 한다. 공공장소에서 즉흥적인 섹스를 꿈꿀 때 유용한 준비물이다. 집이나 모텔이 아닌 색다른 곳에서 시도하는 방법. 데이트 장소에 노 브라, 노 팬티로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 팔짱을 끼며 가슴을 부풀린 후 대화 중에 살짝 에로틱한 소스를 흘린다. 그의 혈액들이 한곳으로 집중되며 당신을 당장이라도 번쩍 들고 자기 집 침대에 눕히고 싶어할 것이다. 바로 그때 당신은 그와 함께 근처 화장실이나 엘리베이터로 간다. 그는 당신을 세면대에 앉히거나 자기의 무릎에 앉히고 원피스 아래에 온 정성을 기울일 것이다. 신음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당신의 손가락을 그의 입에 넣고 자연스레 애무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공공장소에서의 섹스는 이렇듯 가슴 떨리는 일. 허니문 리조트 개별 풀 속에서 즐기는 섹스를 상상한다. 물속 섹스는 포르노 입문 과정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수압과 물소리는 마치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있는 듯 편안함을 준다. 물속 섹스는 삽입까지는 가능하나 격렬한 운동은 불가능하다. 또 물이 깨끗하지 않을 경우 감염될 수 있으므로 신중히 생각할 것.
가터벨트, 바니걸스 복장, 교복, 가면 등 포르노에는 등장하는 준비물도 참 많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목적은 ‘포르노 섹스 스킬 소심하게 벤치마킹하기’. 먼저 초콜릿이나 얼음을 준비한다. 그가 아직 모르는 나만의 성감대에 초콜릿을 발라 그것을 먹게 함으로써 나의 성감대를 알게 한다. 또 얼음을 문 차가운 입술로 그의 젖꼭지나 페니스 부근을 핥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 ‘카드나 보드 게임에서 진 사람 옷 벗기기’ 혹은 ‘이긴 사람이 원하는 애무 해주기’ 등의 게임을 즐기는 것도 시도해볼 만하다. 넥타이로 발목을 묶고 삽입을 시도하는 것은 어떨까? 통통한 허벅지끼리 맞닿는 볼륨 있는 부위부터 이미 당신의 꽃밭에 진입한 느낌을 줄 것이다. 또 당신의 길고 긴 외로운 밤에 고마운 친구가 되어주었던 달걀 몬스터를 그에게도 소개하자. 그의 페니스 주변 신경들이 그 친구를 아주 반가워할 것이다. 미각과 촉각을 이용했다면 이번엔 청각 차례. 몸을 내맡기고 춤을 추다가 그 음악에 맞추어 섹스를 즐겨본다. 이는 ‘미국 대학생의 난교 파티’라는 제목의 야동에서 나온 장면으로, 일정한 템포의 보사노바나 좀더 흥겨운 펑크 음악에 가볍게 몸을 내맡겨도 좋고, 은은한 허밍 조를 따라 부르는 여유를 보여도 좋다. 귀에 쏙쏙 박히는 노랫말의 가요는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삼갈 것.
둘만의 섹스를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아찔한 상상을 실현시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여전히 소심한 우리는 진짜 인물이 아닌 사물을 이용한다. 준비물은 거울과 캠코더. 거울을 통해 비친 전라의 두 생명체는 마치 내 몸에서 빠져나간 성감의 정령처럼 당신을 에로틱하게 쳐다보고 있을 것이다. 정령을 두고두고 보고 싶다면 캠코더 앞에서 당당해질 것. 일종의 모니터링이라고 할까. 다리는 좀더 굽히고 허리는 곧추세우는 등 스스로 야동 속 주인공이 되어 전 세계 어느 왕가슴녀보다 로맨틱하고 섹시한 영화를 만들어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