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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는 이유

세상에는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결혼은 필수` 라는 생각이 당연 시되는 일은 왠 일일까? 개인적인 차원에서나 전체 인류 차원에서 보더라도 결혼은 하나의 선택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데, 어찌된 일인지 결혼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사 고방식이 많은 사람들의 뇌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왜 결혼을 하셨어요?` 라고 물으면 이 질문 자체를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왜 결혼을 안 하셨어요?`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결혼은 당연 히 하는 것이다`라는 사고가 저변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의문은 이해하기 힘들거나 이 상하다고 생각되는 일에 대해서 생기는 것이므로 보통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일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그것이 문제인 경우가 많다. 과연 결혼은 당연히 하는 일일까? 그렇지 않다. 결혼은 다만 하나의 문화적인 현상일 뿐이 다. 다양한 문화 속에 나타나는 결혼의 풍습을 보면 이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일부일처 제 사회에서 일부일처제를 당연히 여기고 있는 사람은 아내를 여러 명 거느리는 문화를 이 상하게 생각한다. 이혼이나 재혼 등 결혼제도와 관련된 여러 가지 행위에 대해서도 다만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통념에 의해서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할 뿐인 것 이다.

결혼을 모든 문화에 보편적인 것으로 볼 때와 하나의 문화유형에 불과한 것으로 볼 때의 차이는 크다. 결혼을 절대적으로 보편화된 행위로 생각하면, 거기에는 온갖 신비와 절대적 관념들이 달라붙어 버리고 만다. 이러한 관념들은 인간의 행위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힘이 되어 삶을 고정적인 유형으로 고착시켜 버릴 위험성이 있다. 결혼에 대해 신성성이나 절대성을 부여하는 사고가 퍼져 있음으로 해서 수많은 갈등과 대립이 발생하는 현실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결혼을 단지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보면 거기에 자유가 생긴다. 굳이 결혼을 해야 할 이유도 없으며, 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기 때문에 결혼은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의 대상이 된다. `싫지만 억지로 산다는` 핑계가 설자리를 잃는다. 결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나, 결혼을 못했다는 열등감 같은 것이 생길 이유가 없다. 결혼제도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명에너지를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쏟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여정 속에서 `스스로 선택해서 스스로 책임지는` 느낌을 거의 갖지 못 하고 산다. 공부도 해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 하고, 결혼은 당연히 하는 것이므로 의지와 상관없이 하고, 이혼은 해서는 안되므로 살기 싫지만 억지로라도 살고, 심지어는 자신의 인 생조차도 `남들이 다 그렇게 사니까` 또는 `당연히 그래야 하니까` 산다. 이렇듯 `내키지 않 는 삶을 어떤 강요에 의해서 사는` 가운데 인생은 무의미하게 흘러가 버린다.

이제는 결혼하는 이유를 확실히 해야 할 때가 아닐까? `남들이 다 하는 것이니까` 라는 의 안이하고 구차한 변명은 그만 두자. `나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결혼해서 살고 싶었다` 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도록 하자. 이것이 자기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며 살 줄 아는 성숙된 자유인에게 어울리는 모습이다.

결혼과 연애의 관계

보통 연애는 꼭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연애와 결혼 사이에 미묘한 함수관계가 발생한다. 연애는 선택하는 행위이고, 결혼은 필수적인 행위라는 인식차이에서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가 나타나는 것이다.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긴장과 부담감이 뒤따른다. `연애 한 번 못 해 보았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부끄럽게 느껴진다면, 이는 연애를 반드시 해 보아야만 떳떳하다는 의식에 지배되고 있는 경우이다. `마땅히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의식은 결국 수치감이나 열등의식, 긴장, 불안 등을 초래하고 만다. 그러나 선택의 문제라는 인식에는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 `꼭 해야 하는 것을 못 했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해야 하는 것은 없으며, 나는 다만 하지 않았을 뿐이다`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에는 수치감이나 긴장, 부담감이 생길 이유가 없다.

연애와 결혼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결혼으로 이어진 연애,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은 연애, 연애 없이 이루어진 결혼, 연애도 결혼도 없는 경우, 이렇게 네 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이 중에서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은 연애나 결혼도 연애도 없는 경우는 부부관계가 성립되지 않으므로 고려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부부관계는 연애를 해서 결혼한 경우와 연애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결혼한 경우의 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흔히 `연애결혼`과 `중매결혼` 이라고 부르는 경우이다.

과거에는 대부분 중매결혼이었으나, 현대에 들어서는 연애결혼이 더욱 많아진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어떤 경우가 더 바람직할까? 이를 앞에서 이야기했던 `선택과 필수` 라는 인식의 측면에서 살펴보자.

먼저 `연애는 선택이고 결혼은 필수이다` 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은 연애와 결혼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다소 어려움을 가질 수 있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인식이 이중적이라서 연애에는 자유로우나 결혼에는 지나칠 정도로 신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이 연애결혼을 했다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의 의존욕구로 인해서 고생할 가능성이 있다. 배우자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면서 그로 인해 좌절을 겪다가 `그 때 내가 눈에 무엇이 씌었지` 라고 후회하거나 `이제는 어쩔 수 없잖아` 하는 식으로 포기하면서 부부간에 마음의 평행선을 그리며 살기 쉽다. 중매결혼을 했다면 더 심각하기 쉬운데, 그 이유는 결혼생활이 부담으로 느껴짐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표현하기 어려워서 마음이 통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연애는 필수이고 결혼은 선택이다` 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은 낭만적인 연애지상주의자로서 결혼에 대한 부담감이 거의 없다. 결혼을 했더라도 책임감보다는 애정을 앞세운다. `사랑이 없다면 같이 살 이유도 없다`는 식이다. 안정적인 생활보다는 감정이 우선되는 열정적인 생활을 한다.

세 번째로 `연애도 결혼도 모두 필수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연애를 하면, 반드시 결혼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인생을 즐긴다는 개념이 거의 없다. 있는 것은 책임감과 성실함뿐이다. 그래서 유연하고 넓은 태도를 갖지 못하고 경직된 삶을 산다. 자신과 다른 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그대로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답답한 느낌을 주기 쉽다.

마지막으로 `연애도 결혼도 모두 선택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현실감을 가진다. 자신과 상대에 대해 지나친 강요나 기대를 갖지 않으며 낭만도 찾을 줄 알고 책임도 질 줄 안다. 연애도 결혼도 자신이 결정한 일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며 원망이나 미련을 가지지 않는다. 연애결혼을 했든 중매결혼을 했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연애를 하면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거나 `연애와 결혼은 별개일 뿐이다`와 같은 생각은 극단의 치우친 생각이다. `연애결혼`을 했느냐 `중매결혼`을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경우이든 그것이 자신의 선택이라고 자각하고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 서 노력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러한 태도는 `당연히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식의 고정화된 사고를 버림으로써 가능하다.

사랑의 유형

이 세상에는 똑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 일란성 쌍둥이라 하더라도 무언가 다른 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토록 다양한 모습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관계를 맺는 양상도 다양하다. 사랑의 유형도 똑같을 수 없다. 다양성을 이해할 때 자신의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사랑의 유형을 살펴보자.

사랑은 단순한 열정과는 다르다. 사랑에는 상당히 많은 요인이 복합되어 있으며, 어떠한 요인이 어느 정도로 포함되는가에 따라 그 빛깔과 모양이 달라진다. 중요한 요인으로 열정, 친밀감, 책임감을 들 수 있다. 흔히 연애 소설에서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감정으로 묘사되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못 보면 미칠 것 같은 격렬한 감정이 열정이다. 열정은 사랑의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하고 있으면 편안하고 좋은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이 친밀감이다. 친밀감은 사랑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책임감은 고난과 역경을 넘어서 사랑을 유지하는 힘이다.

연애감정은 격렬한 열정을 많이 가지고 있고, 성숙한 사람들은 서로간에 친밀감을 가지고 있으며, 사랑의 현실적 결정체인 부부 사이에는 책임성이라고 하는 부분도 필요한 요소가 된다. 친밀감이나 책임감이 빠진 열정만의 사랑은 쉽게 달아올랐다가 쉽게 식는 불장난이 되기 쉽다. 한편, 열정이나 친밀감이 없는 책임감만의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자칫 고행이거나 위선이기 쉽다.

친밀감이 가장 많은 사랑이 `친구와 같은 사랑`이다. 부담 없이 편안한 느낌이었는데 떨어져 있고 보니 그에 대한 그리움이 느껴진다는 식으로 격정적인 감정교류는 없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얽혀 있는 관계이다.

열정이 많은 사랑은 `낭만적 사랑`이다. 격렬한 감정의 교류가 이루어지고 진한 행복감을 느낀다. 현실적인 판단이나 계산은 끼여들 여지가 없다. 그러나, 낭만적 사랑이 병적으로 되면 `소유적 사랑`으로 변한다. 상대방을 소유하려 하고, 소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으면 참지 못 하는 유형이다. 낭만적 사랑과 소유적 사랑의 경계는 책임감에 의해 결정된다. 스스로를 책임지지 못 하는 사람이 격렬한 감정을 자기면 그 감정이 끝없는 소유의 충동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책임감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사랑은 `이성적 사랑`이다. 넘치는 감정을 갖지 않으며 현실적인 판단을 잃지 않는다. 서로에게 유익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고 최선을 다 한다. 감정을 통제하면서 책임을 다 한다. 소위 현실주의자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적인 책임감이 아니라 감정적인 책임감이 극대화된 사랑이 있는데, 이것이 `이타적 사랑`이다. 상대방에게 자신이 쓸모 있는 한 관계를 유지한다. 헌신과 희생을 통해서 보람을 얻는다.

마지막으로 `유희적 사랑`이 있다. 이것은 사랑을 일종의 게임으로 보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유형이다. 정복하는데 관심이 있을 뿐, 책임감은 조금도 없다. 나름대로 게임의 규칙을 가지고 사랑을 얻으려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사랑을 얻으면 그 순간 다른 목표를 찾는다. 이 중 어떤 것을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각자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 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각자 다르듯이 사랑도 다른 빛깔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잘 알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서 조화를 이루어 행복을 가꿀 수 있고, 알지 못하면 자기의 방식을 고집하면서 서로 갈등하거나 체념하면서 불행하게 살수밖에 없다.

한마음 한 몸으로

부부를 `일심동체(一心同體)` 라고 한다. 실제로 몸은 둘이지만 부부가 되면 한마음 한 몸이라는 뜻이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그러나, 이를 잘못 해석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부부는 일심동체이어야 하므로, 모든 생각과 행동이 일치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마음을 하나로 한다는 것은 뜻을 모은다는 이야기이다. 뜻을 모은다는 데서 이미 둘 사이의 차이를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원래 하나라면 모을 필요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다른 배경에서 다른 경험을 가지고 살아 온 두 사람이 만나서 부부가 되었으니, 서로를 존중하고 상대를 내 몸처럼 아끼고 사는 것이 좋다`는 것이 일심동체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는 생각 이다.

생각과 행동을 하나로 획일화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자칫 강요하기 쉽다. 차이를 차이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아는 포용성과 유연성을 가져야 서로 부딪히지 않고 화합할 수 있는 것이다. 연애시절에는 상대방의 마음이 어떠할지를 잘 몰라서 상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일단 결혼을 하고 나서는 자세가 달라진다. `네가 나에게 맞추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결혼 전에는 `내것`이 아니었지만, 결혼을 했으니 `내것`이 되었다는 식이다. 연애할 때 상대를 살피고 상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썼던 것처럼 배우자에게 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일심동체`를 이루는 방법이 될 것이다.

[ 출처 ] www.counpia.com 내에 있는 방기연 소장(그래! 심리상담연구소)님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