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대한 잘못된 상식

'우울증 앓던 주부 자녀와 동반자살' 이런 끔찍한 내용의 기사를 간혹 신문 사회면에서 보게 된다.

최근 미국 하버드 의대가 심장병, 교통사고와 함께 21세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은 요인으로 꼽은 우울증은 치료하면 비교적 잘 낫는 흔한 정신질환이지만, 방치할 경우 엄청난 비극을 불러올 수 있어 이 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정신과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이동수 성균관의대 교수는 "최근 매스컴에서 사회현상과 관련 지어 자주 우울증을 언급하고 있으나 실제 우울증은 체질적이고 유전적인 요인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면서 "우울증은 별 이유 없이 주기적으로 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말한다.

우울증의 대표적 증상은 온종일 깊은 슬픔, 절망감, 무력감에 시달리며 밤에 자주 깨는 것이다.

심한 경우 정신분열증 환자처럼 헛것을 보거나 듣는 환각 증세를 나타내며 생의 의욕을 잃고 자살을 감행하는 환자도 더러 있다.

이 교수는 "우울증은 잘 낫긴 하지만 15일 이상 지속해 약을 써야 치료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며칠 약을 복용하고 효과가 없다고 약을 중단하면 치료가 어려워진다"고 조언했다.

또 저절로 나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시간을 보내면 그만큼 환자의 고통만 커지게 되므로 발병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동수 교수의 도움말로 우울증에 관한 잘못된 상식을 알아본다.

△정신적 쇼크를 받으면 우울증이 생긴다?= 강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해질 수도 있지만 쇼크를 받아서 오는 우울, 예를 들어 가까운 친지가 죽거나 재산을 탕진한 경우 또는 실직을 했거나 고부간의 갈등으로 인해 생긴 ‘스트레스성 우울’은 순수한 의미의 우울증이 아니다.

이런 경우에는 우울해지는 것이 당연하며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울증 치료가 필요할 정도까지 발전하지 않는다.

실제로 우울증은  체질적이고 유전적 요인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

쉽게 말해서 우울증은 별 이유없이 주기적으로 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

△내성적 성격에 우울증이 많다?= 우울증은 성격이 원래 우울하거나 지나치게 꼼꼼하다거나 내성적이기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경우도 있지만 평소 활달하고 명랑한 사람에게도 올 수 있다.

성격 때문에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보다는 우울증으로 인해 성격이 우울한 것처럼 보이는 예가 훨씬 많다.

△우울증 치료에는 약보다 정신상담이 더 중요하다?=정신과에서 쓰는 약은 무조건 습관성이나 중독성이 있으며 사람을 멍청하게 만들기 때문에 먹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실제로 우울증 치료를 위한 약인 항우울제는 수면제나 신경안정제와 달리 습관성이 없으며 자살을 목적으로 대량 복용하지않는 한 중독성도 없다.

또한 다른 항정신병 약과는 달리 정신이 멍해지는 현상도 거의 없다.

한편 우울증 치료에 정신과적 상담치료가 약간의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이며 주된 역할은 약이 하는 것이다.

△우울증 치료는 조용한 절이나 기도원에서 해야 한다?= 우울증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그 증세가 상당히 심각한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정말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자살을 시도하는 예도 흔하다.

이런 환자를 조용한 절이나 기도원 같은 곳에 보내면 더욱 자기만의 왜곡된 생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온갖 엉뚱한 번민에 휩싸여 자살충동이 심해질 가능성이 많다.

만일 환자 스스로가 이러한 시설을 원해 그곳에서 지낸다 하더라도 약은 철저히 복용해야 치료의 의미가 있다.

△우울증은 생각을 긍정적으로 가져야 낫는다?=병으로 인해 저절로 우울하고 부정적인 쪽으로만 생각이 가는 것은 환자 스스로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우울증 환자에게 오락이나 취미 생활을 강조하는 것도 실제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남들처럼 즐기지 못하는데 대한 실망이 커져 정신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오락이나 취미생활은 처음부터 강요하는 것보다 약으로 증세가 다소 나아져 환자 스스로 즐기고자 하는 의욕이 생길 때 권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