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아무리 남편을, 아내를 배려해준다 해도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는 대화가 부족하면 오해와 갈등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임상심리전문가 채규만 교수에 의하면 대화기술의 부재로 인해 많은 가정 내 스트레스와 갈등이 야기된다고 합니다. 일상생활에서의 부부관계 스트레스, 그 대처 유형에 대해서 함께 살펴봅니다.

회피형 / 겉돌기형 / 다툼형 / 협상형 / 해결형

1. 회피형
주로 우리나라 남편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인데, 특히 실직이라든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서 부부간 갈등이 생겼을 때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회피형의 특징은 문제가 없다고 치부하거나 문제의 주제를 바꾸거나 또는 문제의 중요성을 무시하려는 경향으로 나타나는데요. 예컨대 회사가 문을 닫을까 말까 하는 급박한 상황이지만 아내에게는 전혀 얘기하지 않고 안 그런 것처럼 행동하거나, 아이를 원치 않는 아내에게 아이를 갖고 싶다는 말은 못하고 괜한 반찬 투정을 한다거나, 언젠가부터 서로 성적 접촉을 하지 않고 있는데 잠자리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니라는 식으로 치부한다거나 하는 것이죠. 이런 회피형이 깊어지면 심한 경우 나중에 실직을 당했을 때도 아예 숨기는 경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그러나 이러한 회피 방법으로 문제의 해결이 되지 못하는 것은 자명하겠죠. 자신의 욕구와 스트레스를 오랫동안 숨겨오다가 결국 회피할 수 없는 상황에 와서야 상대에게 말하게 된다면 심한 불신과 배신감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2. 겉돌기형
이 유형은 자신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를 인정하고 배우자에게도 어느 정도 이야기는 하지만 그에 대한 진지한 해결책을 생각하기보다는 문제의 겉만을 빙빙 돌고 핵심적인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스트레스가 있다는 걸 알고 나아가서 스트레스의 원인도 알지만, 이것을 해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죠. 예컨대 직장 일 가사 일 모두 충실히 해내느라 무지하게 스트레스 받고 있는 수퍼우먼 여성이 이 경우에 속하는데, 보통 이런 수퍼우먼 기질인 분들은 착하기까지 해서 남편에게 같이 하자는 요구도 잘 못한다고 하는군요. 남편과 가사 문제를 가지고 한바탕 부딪히기보다는 그냥 내가 하는 게 더 편하다는 식. 이 분들은 자신의 당면문제를 해결해 볼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중요한 결정을 차일피일 미룹니다. 이렇게 되면 당면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그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는 점점 상승됩니다.

3. 다툼형
회피형이나 겉돌기형과는 달리 자신의 스트레스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유형이라는 점에서, 좀더 양성적이고 건강한 유형이라고 볼 수 있는 다툼형, 그러나 자주 다투기만 하고 좀처럼 해결은 보지 못하고 흐지부지 하게 되는 이 유형의 문제점은, 자신의 스트레스 이유를 전적으로 상대방에게 책임전가한다는 점입니다. 책임 추궁을 받는 편에서는 공격을 당했다는 느낌이 드니까 다시 상대방을 비난하게 되어서 스트레스는 더욱 더 상승되고 스트레스가 분노의 감정폭발로 이어지면 언어폭력, 신체 폭력으로 발전되기까지 하죠. 가정불화... 자녀들에게도 아주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4. 협상형
다툼형에서 조금 발전된 대처 유형으로, 팽팽히 맞선 입장을 조금씩 양보하면서 해결책을 찾는 경우가 바로 협상형, 웬만큼 잘 싸우는 부부는 서로 요구를 하다가 어느 선에서 자기 입장을 조금 접고 상대방의 요구와 자신의 요구를 협상하는 방법으로 나아가게 되죠. 그러나 이러한 경우도 상대방이 조건부로 양보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였기 때문에 한쪽에서 조건을 어기게 되면 다른 쪽에서도 문제의 해결책을 원점으로 돌리면서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다툼형으로 다시 발전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협상보다 더 나은 대처는 도대체 뭘까요?

5. 해결형
해결형이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문제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배려하는 가운데 모두의 이익을 고려한 최선의 해결책을 만들어 내는 경우를 말합니다.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를 신뢰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상대에 대해, 둘이 꾸린 가정에 대해 사랑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두 번째는 갈등의 본질을 이해하고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에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자신의 욕구를 솔직히 표현하는 대화의 기법이 필요하죠. 문제의 해결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여성상담센터, 가족해체방지 프로그램(1999)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