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고민거리가 요즈음 상담 창구에 많다. 옆구리가 시린 계절이 오니 갑자기 상사병 증상인가 생각할지 모르지만, 바로 대학 수험생 부모들의 하소연인 것이다.

대한민국의 망국병이라는 입시병의 고질적 증상이 최고조에 달한 요즈음이다. 수험생 본인이야 말할것도 없겠지만, 자녀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라는 믿음이 철저한 한국의 어머니들의 가슴앓이는 어떤 질병보다 파괴적이다.

또한 요즈음에는 핵가족화되고 자녀 수가 적다 보니 수험생 아버지들의 고민과 스트레스 상담도 무시못할 정도이다. 비슷한 또래 자녀들을 둔 동창들이 만나는 연말 망년회 등에 가게 되면 자녀의 수능점수에 따라 잘난 아빠, 못난 아빠의 명암이 엇갈리게 되고 결국 집에 돌아와 부부싸움을 일으키는 폭탄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요즘들어 특히 자녀들에 대한 아버지의 영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주장이 주목받고 있다. 수험생 자녀의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는 요인도 어머니보다는 아버지 요인이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들어 제시되고 있다. 아버지와 친밀한 자녀는 수험 스트레스에 보다 적게 노출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 상담을 할 때도 아버지가 어머니의 과잉기대에 대한 바로미터 역할을 해줄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하곤 한다.

사실 수량적으로만 이야기한다면, 한 쌍의 부부는 확률적으로 약 94조의 다양한 아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중에서 한둘 태어나는 아이들이 어떤 자질을 가지고 태어날지는 정말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자기 자녀에 대한 기대는 말 그대로 기대수준에 불과할 때가 많다. 인간의 90% 이상은 학교 가기 이전에 만들어지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수많은 좌절과 실망의 경험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자녀에 대해 체념하게 된다. 따라서 부모가 조금 일찍 철이 든다면, 아이는 보다 많은 시간 동안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해마다 이때쯤 면접실에 들어오는 수험생을 보면, 부모의 모습이 연상될 때가 많다. 인사하는 모습 하나에도 그들 부모의 모든 것이 투영되기 때문이다. (02)597-5135김경신/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