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날 사람 취급하지 않아요, 애보는 보모나 밥짓고 청소하는 가정부 정도로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며칠 전 식빵이 떨어져서 아침을 못 먹었어요.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나요? 그런데 집에 있으면서 이런 것도 챙기지 못하느냐고, 도대체 집에서 뭐하는 사람이냐고 소리를 치는 거예요. 이번이 처음이면 제가 이러진 않죠. 저도 하느라고 하는데도 가끔 반찬이 없다든지, 집이 지저분하다든지, 아이가 부딪쳐 상처가 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남편은 이런 식이에요. 지금까지는 저도 참았는데 그날 아침은 이건 사람 사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참을 수 없더라고요.”

겨우 몇마디 말 때문에 이혼 운운하는 것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경험을 한 주부라면 김씨 아내의 심정에 공감할 것이다. 이 사례의 경우 김씨는 아무 생각 없이 아내에게 던진 말이지만 그 말은 아내에게 비수가 되어 큰 상처가 된 것이다. 이와 같이 때로는 무심코 던진 말 때문에 부부간에 신뢰가 깨져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파국까지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업주부든 취업주부든 `가정은 여자들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는 팽배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들은 집과 관련하여 조금이라도 그들의 기대에 어긋나면 곧잘 아내들을 몰아부친다.

저녁밥이 준비 안 된 경우 “당신, 나는 밖에서 식구들 위해 하루종일 일하다 왔는데 하루에 한번 집에서 먹는 밥도 못챙겨”라고 말하는 대신 때로는 아내도 그럴 수 있음을 인정하고 “당신 오늘 바빴나 보지, 우리 오랜만에 라면이나 끓여 먹읍시다. 오래 안 먹었더니 먹고 싶어”라고 말하는 것은 어려울까? 별 것 아닌 것 같은 당신의 말 한마디는 아내를 감격하게 할 것이다. 아내에 대한 존중과 이해는 남편의 말 한마디에서 나타난다.(02)597-5135.배선희/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