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가족성원 중 한사람이 내 마음에 안 든다고 다른 가족들이 자신의 역할에 등을 돌릴 때 그 가족을 과연 진정한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상담을 하면서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있지만, 가족 성원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가족들이 서로를 미워하면서 갈등에 처한 경우를 보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5세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한 주부가 울면서 상담을 요청해왔다. 남편과 본인 모두 결혼이 늦었고 오랜동안 기다리다 아들을 낳았는데 얼마 전에 아들이 장애아란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기대했던 아들이어서 남편도 시댁식구들도 너무나 기뻐하였었고 지금까지 모두들 그렇게 자상할 수가 없었는데, 장애아란 판정을 받은 후 남편은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지 집에도 안 들어오고, 시댁식구들과 친척들 역시 아이가 그렇게 된 것은 아이 엄마에게 문제가 있어서라는 식으로 마음 아픈 이야기들만을 내뱉는다고 했다.

자녀가 장애아라고 가족성원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진정 그것이 가족이라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꿋꿋하게 살아가는 수많은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물론 처음에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왜 하필 내가 이런 시련에 처해야하는지를 되뇌이면서 한참동안 힘들겠지만, 가족이란 단어를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답은 저절로 나온다. 내 마음에 들 때만 가족이 아니다. 내가 받아들이기 정말 힘들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의 책임을 다할 때 내 가족이 올바로 설 수 있다. 그래야 다음에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다른 가족성원들도 나에게 힘이 되어준다. 그러면서 서로를 더욱 더 사랑하게 되고 결국 가족의 소중함도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아이가 장애아라서, 남편이 실직자가 돼서 등등 자신의 마음에 안 든다고 스스로의 가족 역할에 충실하지 않는다면 우리사회는 어디로 가겠는가? 아니 우리 모두는 어디에서 안정과 행복을 찾을 수 있겠는가? (02) 597-5135 송말희/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