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2년 된 ㅂ씨는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 투표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를 놓고 남편과 크게 싸우게 되었다고 한다. 정치에 대한 실망으로 투표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남편이 `왜 투표를 하지 않느냐?'며 화를 버럭 내어, 그만 모처럼의 휴일에 부부싸움만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남편은 `투표는 꼭 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이었고, 아내 ㅂ씨는 `때에 따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이처럼 부부들은 결혼 초부터 어느 쪽의 무형 유산을 따를 것인지 신경전을 벌이며 미묘한 갈등에 휩싸인다. 특히 신혼부부들은 더욱 그렇다. 상담소에 찾아와 이런 문제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처방은 “이질성에 대한 수용과 이해”이다. 이들은 배우자가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과 너무 다르다고 소름끼쳐 하며 배우자와의 차이를 도저히 용납하지 못한다. 이들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옳은 것이 더 많은 나에게 배우자가 동조해야 하며 나처럼 살아가야 한다”고 강박적으로 생각한다. 사실 이러한 강박적 사고 자체가 벌써 문제가 된다. 결혼생활의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을 판가름해 주는 것 중의 하나는 내가 배우자와의 이질성을 얼마나 지혜롭게 수용하고 조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결혼생활은 나와 다른 사람과 살아 나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질성과 다양성을 지닌 사람과 함께 사는 법을 알아야 한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결혼생활은 갈등의 연속이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나와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이 나보다 열등하다고 결론내려도 안된다. 아울러 부부들은 성장가족으로부터 갖고 온 무형 유산들이 현재의 결혼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살펴 보고 부부관계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라면 과감히 버려야 할 것이다. 이창숙/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책임연구원·가족학 박사 (02)597-5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