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초 남편의 월급을 누가 관리할 것인가를 놓고 시어머니와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해서 어쩌다가 쓰레기 버리는 일을 잊어버린다든가 하는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며 `나가 살라'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시어머니가 보기 싫어 시어머니와 아무런 상의 없이 분가할 집을 얻었다. 이 사실을 알고 시어머니가 이성을 잃고 상스러운 욕을 하자 그 길로 집을 뛰쳐나온 것이다.

이와 같은 고부간의 갈등 상황에서는 남편의 입장이 중요한데 ㄱ씨의 얘기를 들어보니, 다행히도 남편은 어머니나 아내 어느 한쪽의 편을 들고 있지 않았고, 아내 앞에서는 아내의 처지를 많이 이해해주고 있었다. 또한 ㄱ씨도 홧김에 집을 뛰쳐 나오기는 했지만 쉽게 집으로 들어가게 되지 않는다고 말끝을 흐리는 것을 보니 이혼할 의사는 없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고부간의 관계 향상을 위한 방안을 제시해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위 사례와 같은 전형적인 고부갈등 문제에서 일반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대화 단절이다. 목소리 높여서 싸우지 않으려고 아예 상대를 하지 않다보니 고부간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속으로 스트레스만 쌓이므로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그러나 부드럽게 표현하는 대화방법이 요구된다. 또한 보다 근본적으로는 융통성보다 경직성이 강해지는 등 다양한 변화를 수반하는 노년기의 특성과 노화에 대한 지식의 습득을 통해 시어머니의 입장을 수용해주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