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정치계나 고위 공직자 사회, 법조계, 학계, 그리고 여러 전문직 집단에서의 여성 비율은 구미 선진국에 비해 매우 적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도로에 나가서도 여성 운전자는 남성 운전자의 위협과 무시에 쩔쩔 매는 경우가 많고, 사람들은 아직도 말끝마다 '여자가 무슨…' 또는 '여자가 그러면 되겠어'라는 식의 표현을 서슴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이상으로 미루어 볼 때 우리 사회는 남성 권위주의에 물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것인가? 과연 남성은 여성보다 우월한가?

프로이드는 인간이 태어난 후 발달과정을 거치면서 '외디푸스' 시기를 거친다고 했는데, 남아의 경우 4세쯤 되면 어머니를 사이에 두고 아버지와 경쟁적 관계에 놓인다고 말했다.

 남아는 아버지가 미우면서도 아버지의 거대한 남근을 보고서는 두려워하게 되는 소위 '외디푸스 콤플렉스'를 갖게 되는 것이다. 결국 남아는 아버지를 동일시하여 그를 흉내내고 배우게 되어 5∼6세 경이 되면 이러한 '외디푸스 콤플렉스'는 자연스럽게 해소가 된다. 

반면 여아는 이 시기에 아버지에 대해서 어머니와 경쟁적 위치에 놓이게 되고, 어머니를 동일시함으로써 여성다움을 배우는 것이다. 한편으로 여아는 자신이 남근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이를 부러워하는 '남근선망(penis envy)'을 보이기도 한다. 여자아이가 종종 남자아이처럼 서서 소변을 보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듯 여성들이 가지고 있지 않는 돌출물, 즉 남근은 마치 남성들의 특권인 것처럼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는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사회만이 갖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비교적 공통적인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남성 권위주의라는 말은 있어도 여성 권위주의라는 말은 없고, 여성 해방 또는 남녀 평등이라는 구호만 있을 뿐이다. 더욱이 우리의 어린 시절 깊숙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아버지의 거대한 성기는 아버지의 힘, 무서움, 권위를 연상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권력, 지배, 경외 등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아버지를 닮고 싶어하는 남자들은 크고 단단한 성기를 갖고 싶어하고, 그것으로써 세상의 여자를 굴복시키고 나아가서는 힘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현재 널리 퍼져 있는 성기확대수술, 정력제의 남용 및 비아그라 복용 등은 이러한 맥락에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시대가 변한 만큼 남성의 상징인 성기나 그로 인한 권위주의 思考도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하는 운명을 맞고 있다. 

기존의 패러다임이 다윈의 '진화론'과 같이 힘이 센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 위에 군림하는 것이었다면 새 패러다임은 전혀 다른 형태를 요구하고 있다. 남을 돕고 서로 협조하며 이해하는 사람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것이다. 

고등동물로 갈수록 그 정도가 강하다는 많은 연구결과들이 이같은 경향을 뒷받침하고 있다. 약육강식 중 强의 개념에 변화가 온 것이다. 이처럼 기존의 '권위'라는 틀을 과감히 거부하는 흐름은 남성과 여성의 기본적인 생각 차이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남성은 씨를 많이 퍼트리는 것이 중심이지만 여성은 자식을 키우는 데 思考의 중심이 있다는 얘기다. 

즉, '씨만 뿌리고 가는 놈(?)은 싫다' '여자를 돌보지 않는 수컷은 싫다'는 의식이 사회전반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이것이 결국 사회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은 결과인 셈이다. 가부장적인 남편들의 설 땅이 좁아지는 반면 유머가 있고 가정적인 남편들이 부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요즘 추세가 이 같은 권위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신개념의 권위주의는 부부관계에까지도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부부관계를 남자가 전적으로 리드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고리타분한 얘기가 되어 버렸다. 
그 옛날 상상도 못했던 여성상위가 당당히 부부관계에 한 자리를 꿰찬 것만 봐도 변화된 흐름을 여실히 알 수 있다. 우리는 흔히 4·50대 남성들을 '고개숙인 남자'라고 말한다. 

결정적일 때 고개를 숙여 버리는 자신을 스스로 자책하는 남자들이 많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권위주의의 산물이요, 어느 한군데도 쓸 모 없는 생각이다. 자연스런 노화 현상을 자신의 무능력이라고 자책하지 말고 부인과 함께 건강한 성생활을 갖는 것이 새로운 부부관계에 적응하는 멋진 남편이 될 것이다.

이제 남성의 성기와 권위주의에 대한 구태의연한 사고는 버릴 때가 됐다. 

아니 버려야 한다. 그것이 우리 자녀들의 교육에도 좋다. 구태의연한 권위주의가 주종관계를 낳고, 더불어 산다는 보편적 이념을 흐트러뜨리기 때문이다. 

남성의 성기는 종족번식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여성의 성기는 더 중요하다. 우리는 모두 여성의 자궁 내에서 10개월 동안 자란 후에 여성의 성기를 통해서 세상에 나왔다. 

남성과 여성의 성기는 단지 모양이 틀릴 뿐이지 하나는 있는 것이고 하나는 없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사실을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어려서부터 교육하고 들려준다면 '남성 성기와 남성 권위주의'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통하지 않는 표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