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이수술하면 남편의 사정이 좀 빨라질 수 있을까요?"
40대 중년 부인의 이상한 하소연입니다. 대개 부인들은 남편이 삽입성교를 좀더 오래해주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하지만 이 여성은 오히려 남편을 조루로 만들어 부부 간에 성 트러블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부인께서 질을 좁히는 수술을 받고 나면 남편은 이전과 달리 훨씬 좋은 느낌을 얻게 되지만 그렇다고 사정이 빨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첫 상담 때 수술을 해달라고 하도 졸라대어 일단 수술은 했지만 말 못할 깊은 사연이 있는 것 같아 몇 차례 설득 끝에 상담치료를 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대기업에 다니면서 사회적으로 반듯하고 가정에도 충실하지만 성생활만큼은 전혀 딴판이라고 했습니다. 매번 자신이 싫어하는 데도 불구하고 반강제적으로 덤벼든다는 것입니다. 부인이 성관계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지자 남편은 욕구를 풀기 위해 처음에는 협박을 하고 어르고 달래고 어떨 때는 짜증을 내기도 했답니다.

결혼생활 10년이 지나자 이제는 자신이 조금이라도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면 양 손목을 붙잡고 억지로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남편의 성적태도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거의 실신까지 간 적도 있다고 합니다.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에 성생활을 하기는 하지만 너무나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질축소술을 하면 남편의 사정이 빨라져 성교시간이 줄어들 것이다'라는 생각에까지 도달해 수술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몇 차례 심리상담 끝에 남편과의 성생활이 왜 그리 힘들었는지 원인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여성은 어릴 때 가까운 친척 오빠에게 받은 성적피해의 상처로 인해 처녀 시절 남자와 제대로 된 데이트도 못했습니다. 남편을 만났을 때도 남들은 연애시절 다 한다는 키스 한번 없이 결혼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가벼운 육체적인 접촉이라도 남자를 유혹한다는 생각이 들어 남자를 만나는 것이 두려웠고, 자신에게 생기는 부정적인 문제들을 자기 비난으로 돌리면서 '내 잘못'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 문제였습니다.

남편을 좋아했지만 육체적 접촉만큼은 소름끼치게 싫었고, 게다가 남편의 성적태도는 무의식 중 어릴 때 당한 성폭행을 연상시켜 그를 거의 공포수준으로 몰아넣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이 여성이 자신의 피해 경험을 드러내지 못해 그에 따른 분노감정을 억압했기 때문입니다. 여성은 억울하고 부당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깊은 무력감과 막막함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게 돼 남편과의 성생활에서 그것이 표면화된 것입니다.

이 여성의 경우 자신이 피해자로서 가지는 당연한 분노를 가해자를 향해 초점을 맞추고, 여러 치료 기법을 사용해 환자의 억압된 감정을 표출하도록 하며, 그에 따라 성폭력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함으로써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성폭력 피해자는 과거의 사건에 직면하고 가해자에게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자신도 알 수 없는 걱정과 고민 그리고 이상한 행동을 한다면 성폭력상담소나 전문상담가를 찾아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육체의 곪은 상처를 칼로 도려내어 치료하듯, 마음의 오래된 상처도 밖으로 드러내어 치료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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