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님은 무척 격앙된 상태였습니다. 방금 전에 남편의 뒤를 승용차로 쫓다가 놓치고 들어 온 것입니다. 그것도 제 아내와 함께 말입니다. 제 아내가 운전을 꽤 하니까 부탁을 했고, 아내는 거절하지 못하고 운전을 해 준 모양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아내를 나무랐습니다. 왜 그런 짓을 했냐고 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얻어질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대답을 집사님이 했습니다. 남편이 바람 난 것이 확실하다. 지난 해 여름이었다. 섹스를 요구할 때마다 번번이 거절하더니 2월 초에 느닷없이 “너 하고는 같이 살 수 없다. 이혼해 달라.” 라고 했고, 어이가 없어 따지고 들었더니 생활비를 못 주겠다고 하며, 구정 연휴에는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친가에 가지도 않았다.
그래도 설마 했다. 가끔 외박을 했지만 핸드폰을 하면 친구들과 화투를 친다고 했고, 예전에도 그랬으므로 별 말없이 넘어갔는데 이혼 요구는 정말 황당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남편의 이야기를 했더니,

- 이혼해라. 요즘 어떤 세상이냐?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사람이다. 이혼을 청구해도 유책 배우자는 꼼짝 못하니 위자료나 두둑하게 챙겨서 좋은 사람 만나라.
 

- 이혼? 누구 좋으라고? 속 끓이지 말고 이참에 샛서방 하나 만들어. 좋잖아. 꿩 먹고 알 먹고.
 

- 바람 난 것이 분명하다. 현장을 잡아서 년놈을 박살내라. 그래야 다시는 안 그런다.
 

- 절대로 남편이 만나는 여자를 만나지 마라, 그럼 문제가 더 커진다. 내버려 두면 모두 잘못했다고 싹싹 빌며 들어 온다.
 

- 참아라. 남자들은 한 번쯤 다 그런다. 아마 돈 떨어지면 들어 올 것이다. 붙어먹는 년이 골이 비었냐? 지금이야 좋다고 하겠지만 남자가 돈이 없어 쩔쩔매면 버릴 것이 뻔하다.
 

라는 통에 갈피를 못 잡고, 며칠을 미친년처럼 지냈는데,

- 현장을 잡아야지. 그래야 양단간에 결정을 내리지. 그러다가 애라도 낳아서 들고 들어오면 그 때가선 어떻게 해?

이 말에 눈과 귀가 번쩍해서 알아보니 현장을 잡을 때까지 280만원 들어간다고 해서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언뜻 생각난 것이 제 집사람이었다.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서 그래도 가장 믿을 사람이고, 운전도 가장 잘하고.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조목조목 말했습니다.

첫째, 남편이 여자를 만난다는 증거도 없지만 요즘 세상에 밖에 여자가 애를 가졌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생각으로 가졌을까? 낳아서 순순히 빼앗기려고?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할 것이다. 그런 배짱이 없이 애를 갖고 낳을 것 같은가?
 

둘째, 현장을 잡은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가? 간통으로 잡아넣을 것인가? 간통으로 넣는 동시에  이혼 소송을 병행시켜야 해야 하는데, 이혼을 할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잡아서 머리채를 잡아 모두 까까중을 만들어 버린다? 그럼 그 여자가 가만히 있겠는가? 폭행으로 고소할 것이다.
 

셋째, 설령 잡았을 때, 남편이 순순히 나 잘못했소, 하고 집으로 돌아 올 것 같은가?

넷째, 나 잘못했소, 라고 들어오면 다행인데, 이왕 들킨 것, 이제는 숨어서 만날 일 없다. 하고 버젓이 딴 살림 차릴 수도 있는데, 어찌할 것인가?
 

다섯째, 남편이 잡혀 들어왔을 때를 가정해 보자. 그 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집사님이 변해야 합니다. 이 변함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남편처럼 변해서 가정을 버릴 것인지, 아니면 왜 이런 발생했는지를 생각하시고, 남편이 원했던 사람으로 변하십시오.”

“요즘 그렇게 사는 여자가 어디 있어요?”

“다른 사람이 무슨 소용입니까? 다른 사람들이 모두 짧은 치마 있을 때 나 혼자 치마저고리 입으면 누가 잡아갑니까? 부부만 좋으면 됐지.”

“그럼 나만 참으라는 것 아닙니까?”

“누가 참으라고 했습니까? 변하라고 했지. ‘아’하고 ‘어’는 다른 것입니다. 참지 마십시오. 변하십시오. 변하는데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는 집사님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아마 이 상담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주 길게. 왜냐하면 집사님이 죽으면 죽었지 아이들하고는 못 떨어지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잠시 이야기 하는 중에도 아이들에게 몇 번 전화를 해서 밥 먹니? 숙제 해야지. 누구 컴퓨터 하는지 감시해라. 하고, 아이들도 무시로 전화해서 언제 와, 나 조금 더 TV보면 안 돼? 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