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만하면 잘 해주는데 왜 엄마를 더 좋아할까? 역시 아빠는 영원한 왕따인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아빠와 놀 때는 눈치도 빠르고 아빠의 비위도 맞춰주는 미진이는, 엄마에게는 떼를 쓰고 막무가내인 경우가 많다. 큰 소리를 지르는 것도, 체벌을 주는 것도 아빠가 아닌 엄마였다.

하지만 이것은 아빠의 생각이다. 미진이의 눈높이에서 엄마와 아빠는 분명 다르다. 엄마는 내가 원할 때는 언제든지 함께 있을 수 있는 대상이다. 그래서 편하고, 내 요구를 마음껏 주장할 수 있다. 반면 아빠는 아빠가 원할 때만 함께 있을 수 있는 대상이다. 아빠가 원하지 않으면 노는 시간이 끝나게 된다는 생각에 아빠의 비위도 맞춰주고,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이다. 평소에는 아빠와 더 잘 지내더라도, 엄마에 대해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선 아빠가 아닌 엄마를 찾는 것이다.

엄마가 자녀에 대한 주 양육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한 아빠는 가족 안에서 외로운 존재일 수 밖에 없다. 맞벌이 부부라면 자녀양육의 책임을 공평하게 분담하는 것이 좋다. 누가 얼마만큼의 시간을 자신에게 할애하고 있는지 어린 아이들은 민감하게 파악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전업주부라면, 자녀양육의 책임을 시간상 공평하게 분담하기가 어렵다. 대신 엄마를 통해 아빠가 간접적으로라도 참여하고 있다는 인상을 자녀에게 주도록 하자. “아빠랑 엄마랑 미진이에게 이 장난감을 사주기로 했어”“아빠랑 엄마는 너의 그런 행동이 나쁘다고 생각해”“정말 잘했구나, 엄만 너무 기쁘다. 아빠도 분명 기뻐하실거야.”

비록 엄마와 함께 하는 일이지만 아빠와 엄마가 함께 생각하고 행동한 결과라는 인식을 지속적으로 심어주면서, 아빠의 물리적 부재를 심리적으로 보상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남성들의 좋은 아빠가 되려는 노력은 부부간의 상호 협조가 있어야만 그 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02)597-5135.최혜경/한국 가족상담교육연구소 이사·이화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