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惑의 性'이 흔들린다

 15일 자정무렵 경기 고양시 화정동 B나이트클럽. 중앙홀에는 30∼40대로 보이는 남녀들로 가득하다. 테이블이 있는 아래쪽 홀에는 웨이터들이 여자 손님들의 손목을 잡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여념이 없다. 이른바 '부킹'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 업소는 일산 신도시가 들어선 이후 서울과 수도권 일대 기혼남녀들에게 가장 '물 좋은 곳'으로 꼽히는 곳. 보험회사에 다닌다는 임모씨(37)는 "여기는 워낙 미시족이 많아 오기만 하면 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대여섯번쯤 여성들을 만난 임씨는 한 30대 초반 여성과 함께 나이트클럽 문을 나섰다. 이 일대는 러브호텔이 넘치는 곳이기도 하다.

기혼남녀들의 성적 탈선을 부추기는 부킹 전문 나이트클럽은 이미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서울 시흥∼신림사거리, 영등포, 경기도 고양 화정역과 인천 간석동 부근, 안양 인덕원사거리, 충주 수안보온천 등지의 나이트클럽들은 성적 일탈을 꿈꾸는 남녀들의 해방구로 통한다.

제약회사 영업부 차장으로 근무하는 박모씨(40). 업무상 일주일에 한두번은 고객 접대를 위해 룸살롱을 찾는다. 한바탕 술자리를 마무리하고 2차(외박)까지 나가는 게 다반사. 박씨는 "아내에겐 미안하지만, 2차를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 때문에 외도를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이 시대를 사는 아버지들에게 우리 사회는 탈선의 기회를 거의 무한정으로 제공하고 있다. 한국사회 특유의 음주문화에 흔히 수반되는 남성들의 왜곡된 성문화는 단란주점 룸살롱 등 웬만한 술집이 곧바로 윤락과 연결되는 것은 물론 사창가 퇴폐이발소 증기탕 전화방 등에 이어 이제 인터넷을 통해 간단히 소녀의 몸을 살 수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인터넷에는 노골적으로 섹스상대를 구하는 대화방이 넘치는 데다 간단히 유흥비를 얻으려는 10대들의 심리까지 겹쳐 성인 남성들을 끝없이 유혹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부부끼리 상대방을 교환하는 '스와핑' 전문 사이트가 등장하더니, 이제는 스와핑이 영화소재가 돼버렸을 정도다. 최근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원조교제는 일반 회사원에서부터 공무원 의사 대학교수 등 사회지도층 인사까지 가리지 않고 숱한 아버지들을 가정파탄으로 이끌고 있다.

이처럼 사회 전반에 퇴폐풍조가 만연하고 남성들이 여기에 쉽게 빠져드는 데는 어려서부터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대상으로 보지 않고 성적 대상으로만 여겨온 남성중심적 문화와 연관이 깊다. 술자리에서 음담패설을 잘하거나 남들보다 더 많은 여자와 관계를 맺었음을 자랑스러워하는 풍토에서 커온 남성들이 결혼 이후 아내와의 성생활에만 만족하고 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원조교제에 빠져드는 중년남성의 심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남성중심 문화에 익숙한 남자들은 섹스에 있어서도 항상 우위를 점하고 싶어하지만, 중년이 되면서 거세진 아내에 비해 육체적 심리적으로 밀리게 된다. 이에 비해 소녀들은 여전히 어른인 남성이 마음대로 다룰 수 있고,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남성들이 쉽게 원조교제에 빠지는 심리적 이유라는 것이다.

이처럼 중년 남성들의 외도를 부추기는 요소들이 사회 전반에 넘치다보니 가정이 온전하게 유지될 리 없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여성의 이혼사유 중 남편의 폭력에 이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남편의 부정행위(18.5%)였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1년간 상담통계를 분석한 결과 2만4000여건의 상담사례 중 성폭력이나 남편의 외도로 인한 것이 18.09%로 가정폭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흔히 남자의 젊은 시절과 중년 이후를 빗대어 말과 당나귀에 비유하곤 한다. 20대에는 말 같은 힘으로 질주하다가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당나귀로 변하는 것이 남자의 인생이라는 것이다. 당나귀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터덜터덜 어디론가 끌려가는 운명의 상징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어느새 아내와 자녀로부터 소외돼버린 많은 가장이 뿌리깊은 매춘산업과 여기서 파생된 갖가지 형태의 윤락에 쉽게 빠져들고 있다"면서 "이제부터라도 아버지들이 돌아갈 곳은 가정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아버지의 자리를 되찾아주는데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