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외도하는 이유는

한 중년 남성이 다락방에서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찾고 있다. 어려운 유학시절 장만했던, 지금은 고물이 된 라디오. 마침 지방으로 몇 달 가 있어야 할 형편이라 라디오를 사려던 차에 추억의 라디오가 생각난 것이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라디오를 찾던 그에게 아내가 짜증스럽게 말한다. "그 고물 라디오는 찾아서 뭐해요, 하나 사면 되지…"

노여움이나 민망함보다 앞서는 쓸쓸하고 외로운 감정. 한때 그 라디오로 함께 음악을 들으며 행복해 했던 아내가 어떻게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며칠 후 그 남자는 집에서 아내와 함께 남편의 불륜을 다룬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그는 며칠 전의 무안함을 다 잊은 채 아내에게 물었다. "당신은 나한테 애인이 생기면 어떻게 할래?"

즉시 튀어나오는 대답. "배 나오고, 나이 들고, 돈 없는 당신 같은 남자를 누가 좋아하기나 한대요?"

그는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몇 달 지나 그 배 나오고 돈 없는 남자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 아내는 미칠 듯이 괴로웠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은 후였다.

중년에 접어든 부부간에 흔히 벌어지는 현상이다. 여자는 점점 강하고 당당해지는데 반해 남자의 목소리는 잦아든다. 결혼 초 남편이 몇 시에 들어오는지, 요즘 사랑한다는 말을 몇 번 했는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살던 여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자기주장이 강해진다. 좋게 말하면 독립적이고, 뒤집어보면 공격적이다. 이때 남자들은 전보다 강해진 아내에게 약한 남자로 비춰지면서 비난을 당하기 쉽다.

한 남자가 늘 친절하게 대해주는 단골술집 아가씨에게 2장 짜리 팬티세트를 선물했다. 아가씨는 선물을 받고는 "어머, 부장님 고마워요. 참 예뻐요"라며 연신 감탄한다. 순간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 그는 귀갓길에 더 화려하고 비싼 무지개 빛깔 팬티를 무려 7장이나 사서 호기롭게 내밀었다.

"아니, 내가 이런 걸 어떻게 입는다고 사와요. 얼마 줬어요? 가서 바꿔오세요"

아내에게 무지개 팬티를 입혀보고 싶었던 그의 마음은 구겨진 휴지뭉치 같이 돼버렸다.

밖에서 만나는 여자들은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고 감탄할 줄 안다. 그래서 그런 여자와 같이 있을 때 남자는 '나도 진짜 멋있는 남자일지도 몰라' 하는 자신감이 생긴다. 그러한 인정이나 칭찬의 파급효과로 인해 실제로 더 능력 있고 멋진 남자가 된다는 것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피그말리온 효과'의 원리다.

중견남자들이 외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사람이 생각하듯 성적 욕망에 사로잡힌 사내들이 신선하고 자극적인 젊은 여자에게 눈 돌리는 한눈 팔기 같은 것일까. 천만의 말씀. 대부분의 남자가 외도에서 찾는 것은 여자가 아니라 '인정 받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