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김씨는 회사생활이 어렵고 힘들어 회사를 그만두고 조그만 사업체를 운영할 계획을 했다. 항시 아버지가 어려웠던 김씨는 정말로 힘들게 아버지께 도움을 부탁했지만 아버지는 거절했다. 그 일로 김씨 부자는 더욱 말이 없어졌으며, 김씨는 `아직은 때가 아니다'고만 하는 아버지가 야속하고 섭섭하기만 했다.

김씨는 아버지가 진정으로 자녀를 위한다면 자녀가 가장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비해 경제적으로 빈곤한 사회에서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한 시절에 성장한 아버지는 어렵더라도 묵묵히 주어진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 건강이 예전 같지 않고, 마음이 점점 허전해진다는 김 노인은 이젠 자녀가 관심을 가져주고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이해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즉 김씨 부자는 서로 인정도 존중도 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상대의 말에 섭섭함부터 느끼는 것이다.

김씨 부자는 노년기와 중년기라는 인생의 전환기에 놓인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 김씨는 아버지가 자신을 믿지 못하고 돕지 않는다고 서운해만 할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염려하는 것, 부담스러워 하는 것을 충분히 듣고 그에 대한 확신을 줘야 한다. 김 노인 역시 자녀에게 이해받지 못할 뿐 아니라 아들이 미덥지 못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중년의 자녀가 느끼고 있는 초조함을 이해하고 아버지로서 신중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점, 불안하게 여기는 점 등을 충분히 알려 줄 필요가 있다. (02)597-5135.

전길양/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