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이나 청년 못지 않게 노인 역시 아직 성장의 욕구와 능력이 있다. 인간 창의력에 대한 연구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작품이나 피카소의 그림, 또 얼마 전 작고한 운보의 작품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은 노령기에 절정의 창의력을 보이며 대작을 낳고 있다.

따라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혹은 다른 어떤 정보지를 읽다가 “이게 무슨 소리지?”라고 묻는 노부모님께, “그런 건 모르셔도 돼요, 뭘 그리 알려고 하세요, 설명해 드려도 모르실 거에요”라고 응수하는 자녀들은 부모를 또한번 섭섭케 하는 셈이다. 어쩌면 그 어느 세대보다도 노년에, 결핍에 대한 보상심리 측면에서라도 어르신은 설명을 듣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할지 모른다.

일년에 한두번씩 손수 가꾼 텃밭에서 나온 상추며 깻잎이며 바리바리 싸 가지고 손자들을 보러 서울에 온다는 어느 할머니는 서울역에 마중 나온 아들과 굳이 전철을 안 타고 버스를 탄다고 했다. “어머니 저건 대우빌딩이에요, 남대문을 도네요. 한국은행 앞이에요.” 집까지 가는 동안 아들은 퇴근 길에 피곤도 할 터인데도 모처럼 만나는 어머니께 소상히 주변을 설명해 드린다.

서울 올 때마다 늘 듣는 얘기지만, “얘야 이젠 나도 알아”라며 아들의 말을 중단시키지 않는 어머니는 마치 처음 듣는 것 마냥 잠자코 계신다고 했다. 몰라서가 아니라, 어쩌면 어머니는 그런 아들의 설명이 듣고 파서 기차 타고 먼길을 달려오시는지 모른다. 마치 어머니 나이를 먼저 살아본 듯이 어르신의 마음을 읽어주는 아들 때문에 어머니는 먼 서울길에도 피곤함을 잊는 것인지도 모른다. (02)597-5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