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적인 통계에 의하면 우리 나라 결혼한 여자의 50%가 외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 통계에 몹시 놀라는 남자들도 많겠지만 실제로 결혼한 남자들이 처녀와 외도를 하는 경우보다 결혼한 여자와 외도를 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을 보면 이 통계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개념도 달라져서 아내의 외도를 불륜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능력 있는 아내라면 남자 친구 하나쯤은 있어도 괜찮다고 말할 정도이다. 그만큼 여자의 외도를 자연스럽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남편 있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을 때는 어느 정도의 각오가 필요했다. 그것은 가정을 버릴 각오를 해야만 비로소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예전에는 여자가 바람을 피우면 단순히 바람으로 보지 않고 진정한 사랑으로 보았다. 하지만 요즘은 가정까지 버리면서 심각하게 바람을 피우는 경우는 드물다. 처음부터 남편과 이혼할 생각은 없으면서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잠깐 놀아보겠다는 마음이다. 특히 30대 후반이 되면 아이들도 어느 정도 자라고, 점점 젊음을 잃어간다는 초조한 마음에 다시 한번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는 바람이 생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결혼하고 해를 거듭할수록 남편과의 사이에서는 로맨틱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가족들 뒷바라지에 지쳐 있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런 자신의 생활이 너무 허무하게 느껴지고 왠지 초라해져서 견딜 수 없게 된다. 이럴 때 자신을 여자로 봐주는 남자가 나타나면 한번 사귀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마음속으로는 남편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지막에 돌아갈 곳은 남편의 품이니까 지금은 모른 체 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아내들이 많을지 모른다. 그것은 남자들이 바람을 피우면서도 아내가 너그럽게 봐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남편의 바람이 가정을 파탄시키는 데까지 생각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요즘의 아내들도 가정은 가정대로 유지하면서 바람을 피우겠다는 편리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아내의 변화는 경제적인 변화와도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예전에는 남자들이 외도를 해도 아내가 참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남편과 헤어지면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여자들도 직장을 가지면서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게 되었고 설령 집에서 살림만 한다고 해도 남편의 월급 통장을 아내가 관리하기 때문에 남편과 헤어져도 당장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아내와 이혼을 하면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는 것은 남편이다. 집안 일이나 아이들을 돌보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이렇게 여자의 입장이 강해지면서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을 알아도 강경하게 나오지 못하고 참고 사는 남편들이 늘고 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모른 척하는 아내, 아내가 바람을 피워도 헤어지지 못하는 남편, 이런 부부가 생각보다 많다. 어떻게 보면 부부라는 것이 그 정도의 애정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관계인지 모른다. 비록 밖에서 사귀고 있는 사람이 따로 있다해도 어차피 세월이 흐르면 그 열정도 식는다는 것을 알기에 굳이 번거롭게 이혼하고 다시 결혼할 생각도 없다. 그래서 열정은 사라지고 마음은 통하지 않아도 가정을 유지하면서 형식상의 부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식이 있는 부부라면 서로 아이의 아빠와 엄마 역할을 다하기 위해 부부로 사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우선인 그런 사회이다 보니 부부는 아이를 위한 역할만 제대로 하면 되는 존재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남편이 외도를 해도 아이들 때문에 참아야 하고 아내가 외도를 해도 아이들 때문에 적당히 눈감아 주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 때문에 참고 산다는 것은 어쩌면 핑계에 불과할지 모른다. 새롭게 결혼생활을 하기엔 여러 가지 장애가 따르고 게다가 지금까지 살아온 정이 있기 때문에 헤어질 만큼 싫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서로 소 닭 보 듯하면서 사는 것도 지겹다. 그래서 잠시 외도를 했다가 말년을 서로 기대면서 살아보자고 아이들을 핑계대면서 형식상의 부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비록 황혼 이혼이 늘고 있다 해도 지금 외도를 하고 있으면서 자식들이 모두 성장하면 그때 가서 정말 헤어지겠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