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의 글에서 용서의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게 진행되지 않으며, 그래서 많은 부부들이 불행을 겪습니다. 곧 불륜의 당사지인 아내는 그냥 덮어주길 원하고, 남편도 그런 것을 묻는 것이 스스로 변태 같고, 대범한 것 같지 못해서, 혹은 아내에게 속 좁은 남자로 보이는 것 같아서 용서의 과정 없이 지나갔을 때입니다.

먼저 아이가 잘못했을 때의 경우로 예를 들어 봅니다. 아이가 잘못을 하고 집에 들어 왔는데 부모가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이때 아이의 마음은 두 개입니다. 이대로 조용히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과 분명히 불호령이 떨어질 텐데 부르지 않으므로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래서 안절부절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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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의 아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남편이 자신의 배신에 대하여 아무 말 하지 않을 때 그 불안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든지 용서를 구하겠다는 생각이 없습니다. 잘못은 했지만 잘못했다는 생각도 없습니다. 아무 생각도 없습니다. 다만 어떻게 하면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입니다. 너무 겁이 나기 때문입니다. 죄 지은 사람이 경찰관만 보아도 가슴이 철렁하고 떨어지는 심정과 같습니다. 어떤 소리에도 놀라고, 어쩌다 남편과 마주치게 되면 고양이 앞에 쥐입니다. 이런 며칠 지나면서 차라리 때리던지 욕을 하던지 간에 남편이 뭐라고 해 주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경우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아내의 불륜을 알고서 가만히 있을 남편은 없습니다. 분명히 남편은 분노하고, 이런 동안 아내는 살아있어도 결코 살아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남편이 아무리 험한 말을 해도 무표정이고, 때리면 맞고, 성적 학대도 순순히 당합니다. 이렇게 몇 날 며칠 지나면서 밤마다 고문의 시간을 겪으며 남편이 원하는 대로 움직입니다.

이때 아내는 생각이 많습니다. 과연 남편이 용서할 것인지, 하는 의문을 갖으며, 이 의문의 대답은 거의 다 용서를 해 주면 좋겠지만 아닐 것이다, 라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따라서 자신이 살 궁리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남편의 닦달로부터 편할 수 있을까? 순간을 모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속에 아이들 보기 부끄럽고 창피합니다. 남편에게는 아닙니다.

여기까지는 어떤 부부나 공통된 현상이지만 이후의 시간은 변하며, 아내의 성품, 자라 온 환경, 그리고 아내가 불륜 이전에 어떻게 생활해 왔는가에 따라서 결정되며 남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첫째, 이혼을 하자고 하는 남편의 말에 대하여 순순히 도장을 찍는 아내, 절대로 이혼할 수 없다고 하는 아내, 용서해달라고 무릎을 꿇고 비는 아내, 그리고 남편이 이혼을 말하기 전에 이혼을 먼저 요구하는 아내로 구분되며,

둘째, 용서한다고 하는 남편에 대하여 안도의 숨을 내쉬는 아내, 용서한다는 말에 안도하면서도 그 말을 믿지 못하는 아내, 남편이 용서한다고 했지만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가 있으며,

셋째,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이 자신의 분노를 음주로 홀로 삭이며 아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아내도 이에 따라서 서서히 정신을 차리면서 남편이 묻어만 준다면 어떻게든지 살아보려고 하는 아내, 질식할 것만 같은 분위기에 예전처럼 돌아갔으면 하면서도 이렇게 살 바에는 살 필요가 없다고 여기고 가출이나 이혼을 결심하는 아내.

로 크게 구분되며, 이중에서 셋째 남편의 경우에서 아내도 서서히 정신을 차리면서 남편이 묻어만 준다면 어떻게든지 살아보려고 하는 아내의 경우를 말씀드립니다.

이 경우에 남편은 자신의 경제적인 여건, 주변에 대한 체면, 자식의 양육, 또는 자신의 선택, 즉 자신이 선택한 여자이므로 이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생각, 혹은 자신도 아내 몰래 불륜이나 외도를 했으므로, 아내의 불륜에 내 책임도 있다는, 그 동안 아내의 가슴을 아프게 했었다는 자각 등으로, “그래, 누구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용서하고 살자. 아이들에게는 그래도 친모가 있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더 이상 불륜에 대하여 추궁하지 않기로 합니다.

또한 이런 마음도 있습니다. 불륜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상하게도 아내의 불륜 내용을 캐물을 때마다 불같은 성욕으로 섹스를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몇 번 겪으면서 이러다가 내가 변태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다른 놈이 좋다고 놀아 난 여자를 상대로 섹스를 하는 자신이 한없이 비참하고 아내에게 창피하기까지 합니다. 아내가 어디에서 했다. 라고 할 때 그 말을 들으며 하는 남자를 아내가 뭐라고 할까? 섹스에 미친놈! 변태 같은 놈이라고 여기는 것만 같습니다.

이런 자신도 한없이 불쌍하고, 창피합니다. 누가 알까 무섭습니다. 이런 남편에 대하여 아내도 대답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합니다. “용서한다면 이대로 묻어두고 예전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냐?” 라고 애원합니다.

또, 아내의 그런 사실을 묶는다는 것 자체가 내심 속된 말로 쪽 팔립니다. 세상 사람들이 못난 놈! 이라고 할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묻지 않기로 합니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질투, 분노, 궁금증,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내를 믿을 수 없습니다. 그 남자 이외에 다른 남자는 없는지, 내가 직장에 간 사이에 또 만나는 것은 아닌지, 어떤 때는 혹시 아내가 가출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불륜이 발각된 이후 전혀 변화가 없습니다. 늘 무표정한 얼굴로 남편이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지 합니다. 남편이 불편해 할까봐 모든 것을 미리 알아서 합니다. 남편이 두려워 눈치 보고 있음이 역력합니다. 매사에 로봇처럼 움직입니다. 하지만 남편이 원하는 것은 아내의 그런 모습이 아닙니다. 아내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확신입니다. 그런데 아내의 모습에서 그 확신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오직 질식할 것만 분위기 만들어대는 아내가 짜증스럽고, 이런 내 마음을 몰라주는 아내가 섭섭하고 밉고, 이 모든 것이 아내가 만든 결과인데 전혀 마음에 들지 않게 행동하는 아내의 행동에 분노합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돌변하거나, 술로 마음을 달랩니다. 섹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내는 예전과 달리 하자, 하기 싫다, 라는 말이 없습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무조건 순종적입니다. 그래서 가장 많은 형태가 아내를 성적으로 학대합니다. 강제로 구강 섹스, 항문 섹스 등이 서슴없이 자행되거나, 아니면 날마다 술에 취해 살면서 섹스리스 형태가 되어버립니다.

(다음 글은 이 경우의 아내에 대하여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