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오르지 않은 거대한 산과 같은 결혼. 오르기 시작하면 언제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혹은 비경이 펼쳐질지 알 수 없다. 결혼의 시작에 대한 마인드부터, 결혼의 환상 없애기, 선물 고르기, 싸우는 법까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결혼생활을 돕는 완벽한 웨딩 매뉴얼.

 

 

새로 구입한 드럼세탁기 작동법이 헷갈리면 함께 동봉되어 배달된 사용설명서를 펼쳐 읽어보면 되고, 시어머니에게 첫선을 보일 갈비찜 요리가 자신 없으면 믿을 만한 요리사가 펴낸 요리책을 참고하면 된다. 하지만 전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시행착오가 있을 수 없는 결혼에는 안타깝게도 사 용설명서가 없다!

 

‘ 결혼이 사랑의 무덤’이라면서도 꾸역꾸역 험난한 결혼 길에 들어선 용기백배한 신혼부부들. 무얼 해도 처음인 이들에게 결혼 사용설명서는 꼭 필요하다. 초등학교 앞 문구점과 분식점에서부터 연애의 기초를 잘 닦아온 20년차 연애 고수들도 결혼생활은 영 자신이 없다는 솔직한 고백을 무수히 들어왔다.

 

이는 연애와 결혼은 확실히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연애 초짜든 고수든 상관없이 웨딩 매뉴얼은 절실한 것이다. 다행히 결혼생활 관련 서적들은 출판가에 연일 넘쳐나고 있어 사용설명서의 소스를 뽑아낼 곳은 많다. 연애란 큰 산을 넘어 결혼의 실상과 마주친‘결혼 주식회사’의 신입사원들이 펼쳐보고 바로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웨딩 매뉴얼을 정리해보았다.

 

#1. 결혼, 새로운 관계의 시작임을 명심하라

사람들은 대개 특정 사람들과 처음 만날 때에는 적당한 긴장감을 갖고 상대방에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 같다. 첫 만남, 연애 시절을 거쳐 결혼에 골인한 신혼부부들도 대부분 어색하지만 탐색과 노력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가. 연인들은 어느 틈엔가 서로에게 익숙해져“이제 당신의 전부를 알겠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즈음 결혼 혹은 이별을 결심하게 된다.

 

결혼이 결정되어 나름대로 꿈에 그리던 결혼식을 치르고 나면 두 사람만의 달콤한 신혼생활이 시작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결혼식이 끝이 아니더라’는 한탄조의 넋두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것은 왜일까? 너무나 익숙한 상대방과 결혼하면서 좀 편하게 결혼생활을 누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 깨지기 때문이다.

 

또 챙겨야 할 사람이 두 배로 늘어나고 남편은 결혼 전과는 여러모로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도 한몫한다. 마음이 흡족하기는커녕 불편하고 관계가 어려워지는 것은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결혼이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혼한 이상 남편은 예전의 모든 것을 용납해준 친절한 남자친구가 아니고, 새롭게 가족이 된 시댁 식구들과도 완전한 가족애를 나누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사람들처럼 시댁과 남편 사이에서 부지런히 노력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사람들, 남편과 시댁 식구들과 함께 행복한 삶터를 가꿔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현재의 노력이 조금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2. 내 안의 환상 속속들이 없애라

결혼에도 여지없이 적용되는 말은‘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것. 결혼은 현실이기 때문에 환상이 많다면 적응하기도 어렵다. 환상이 그렇게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현실에 미치지 못하는 어떤 상황을 기대했다면 그것이 바로 환상이다.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꾸며놓은 신혼에서 일찍 퇴근한 남편과 식사한 뒤 TV를 보며 사과를 예쁘게 깎아놓고 일상의 담소를 나눈다는 것도 어쩌면 환상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꿈꾸는 생활이 유지가 되지 않을 때에는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드라마 속 인테리어를 따라잡다가 엄청난 비용에 깜짝 놀라 좌절할 수도 있고, 남편이 날마다 늦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며, 기진맥진해 들어온 남편은 오자마자 옷 입은 채로 침대에 쓰러질 수도 있고, 남편과 시댁이나 친정 식구들의 문제로 오랫동안 신경전을 벌일 수도 있다. 현실은 원래 그런 것이니까.

 

특별히 부정적인 견해를 가졌다기보다 사람이 복닥거리며 살아가는 모습이 늘 핑크빛은 아니기에 현실에 대해서도 좀 더 느긋한 시선을 던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갈등은 기대치가 다른 데에서 생기기 때문이다. 결혼생활이 행복해지려면 먼저 결혼에 대한 허상을 버리자.

 

#3. 반만 만족하면 전부 만족하는 것이다

지금껏 만나온 사람들을 보면 사사건건 다른 이와 부딪치는 사람은 특별히 욕심이 많은 사람인 경우가 많았다. 스스로도 자기 욕심을 채우지 못해 불만족스러우니까 이리저리 쿵쿵 부딪치는 것일 뿐 특별히 큰 문제가 있는 성격은 아니라는 것.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 그 사람은 계속 트러블 메이커가 될 수밖에 없다.

 

부부관계도 마찬가지다. 금실 좋기로 유명한 부부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어떻게 저런 상태로 부부관계가 유지될까 궁금해지는 경우가 있다. 결국 정답은 한쪽의 희생 때문이었다. 단, 이때‘희생해줬으니까 당신은 나에게 빚졌다’며 한꺼번에 터뜨릴 분노의 폭탄을 하나씩 저축해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빚이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 배우자가 저지른 작은 실수 하나에 어이없게도 엄청난 대폭발이 일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참는다는 피해의식도 건강한 결혼생활에 적지 않은 장애가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배우자에 대해 적당히 만족해주는 현명함 을 키우는 것.

 

모든 일에 너무나 명쾌한 3년차 주부가 있다. 남편을 다루는 그녀의 기술이 거의 신기에 가까워 그 비결을 묻자 남편의 단점을 신경질 적으로 지적하기보다는 유머러스하게 돌려 말해 그 문제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스스로 막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편을 그보다 못한 어떤 대상에 빗대어 칭찬해주는 버릇을 키우면 만족도의 반만 채워도 흐뭇하게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채워진 반을 보기보다 비워진 반을 먼저 쳐다보다 보면 배우자가 밉상으로 보이지 않겠는가? 시선을 조금만 옆으로 돌려 칭찬해줄 부분을 먼저 찾아보자.

 

또 배우자에 대해 알게 모르게 가졌던 욕심이 있었다면 하나둘 내려놓는 작업을 꾸준히 해보자. 이‘내려놓기’만 잘 해도 부부관계가 한층 더 부드러워질 것이다. 명심하자, 부부관계에서 반만 만족해도 전부 만족하는 것임을.

 

 

#4. 커뮤니케이션의 능력을 키워라

부부가 대화하는 법은 다양하다. 입 밖으로 꺼낸 말만 말이 아니듯 눈빛, 제스처, 포옹, 입맞춤, 말투, 발걸음에 심지어 숨소리까지 대화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가까운 부부라면 배우자의 숨소리만 들어도 심기를 읽어낼 수 있지 않은가. 어떤 식으로든 대화로 상대방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는 과정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로 표현하기 보다 상징적으로 마음을 드러낼 때에는 조심해야 한다. 불쾌한 심기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말이 아닌 눈빛, 제스처, 발걸음 등으로 표현할 때에는 배우자가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감정을 나눌때에는 사실 상징적인 표현도 나쁘지 않지만 말로 따뜻하게 속삭였을 때 감동은 배가 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말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좀 더 효과적인 대화 수단이 되는 것 아닐까? 업무의 효율성이나 회사의 발전 가능성을 평가할 때 주로 비중 있게 언급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부부관계는 사회 전체 구성원을 이루는 가장 작은 집합체인 만큼 수많은 기업에서 그렇게 하듯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꾸준히 키워가야 한다.

 

“ 다 알 거야”라고 생각해서 생략했던 많은 말, 수줍어 입 안에서 오물거리다가 삼켜버린 말, 순간 불편할 듯해서 뒤로 미룬 말, 그런 대로 참을 수 있어서 넘긴 말 등이 있었다면 전부 하자. 단, 감정적인 표현을 자제하고 상냥한 어조로 진실한 마음을 담아서 한다면 그 내용이 아무리 불쾌하더라도 받아들여줄 수 있을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분노, 불쾌감, 짜증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전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
람의 의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래전에 본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불화가 심한 부부가 나와 방청객과 패널들이 보는 가운데 대화를 하게 한 적이 있다.

 

많은 문제가 튀어나오며 갖은 욕설과 눈물, 흥분이 뒤섞인 자리가 되었고 끝내 이 부부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서로 너무 몰랐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 이 대화의 가장 큰 소득이다”라는 이
부부의 마지막 말이었다.

 

어쩌면 이 부부는 이날 너무나 오랜 세월 엉킨실타래를 풀어갈 첫 매듭을 잡았는지도 모르겠다. 부부끼리 대화하는 것
도 능력이다. 다소 불편한 대화도 편하게 사랑을 담아 이야기할 수 있도록 꾸준히 실력을 키워가자.

 

 

#5. 너무 잘하려다 쉽게 지친다

완벽주의 유형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단점이 너무 잘하려다 쉽게 지친다는 점이다. 결혼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신혼부부도 이 완벽주의를 주의해야 한다. 맞벌이를 하더라도 아침, 저녁은 꼭 밥과 국을 차려 먹어야 하고, 날마다 침실, 거실, 욕실, 주방 구석구석이 반짝거리도록 청소하며, 분가를 했으니 시댁을 주말마다 찾아야 한다고 믿는 완벽주의 신혼부부들. 아마 수개월도 지나지 않아 체력적인 한계에 다다라 아무것도 제대로 챙길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는 것은 나중에 힘이 빠질 때 느끼는 허탈감을 없애기 위해서도 좋지않다. 오래달리기에서 우승하려면 첫 바퀴에서는 호흡을 조절하면서 천천히 달려야 마지막 바퀴에서 전속력을 낼 수 있는 것처럼 신혼생활에서도 페이스를 적당히 조절하는 것이 요령이다.

 

늘 밥과 국을 먹기보다 아침은 간단히 토스트와 커피로 때워 출근 시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고, 날마다 집안 전체를 치우기보다 이번 주말에는 화장실을, 다음 주말에는 베란다 하는 식으로 나눠서 조금씩 청소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 피곤한날은 물걸레질을 생략한다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없다.

 

음식 냄새 때문에 설거지는 울며 겨자 먹기로 그때그때 해치우는 것이 가장 좋지만 남편과 차를 마시며 드라마를 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는다. 활시위를 당겨 발사된 활처럼 논스톱으로 달리기만 한다면 쉽게 지치기 마련이니 요령껏 완
급 조절을 해보자.

주말마다 시댁을 찾아가는 것도 적당히 조절하자. 2주에 한 번이나 한 달에 한 번으로 조절하면서 간혹 규칙을 깨보는 것도 요령. 남편 핑계가 가장 잘 먹히는 방법이다. 시부모님을 찾아뵙는 일에 너무 인색하다고 타박할지도 모르지만 매주 찾아가다 보면 어쩌다 빠지는 주에는 더 큰 실망을 안겨드릴 수 있고, 부부도 개인적인 스케줄을 짜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차라리 처음부터 띄엄띄엄 찾아뵈면 어쩌다 급작스러운 방문에 더 반가워하실 것이다. 시댁과의 관계에서는 이처럼 적당한‘여우 짓’이 꽤 효과적이다.

 

 

#6. 배우자를 최고로 대접하라

배우자를 최고로 대접하라는 말은 배우자에게 하녀처럼 굴라는 말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헌신적인 자세는 상대방에게 좋지 못한 습관을 안겨줄 수도 있다. 남편은 어쩔 수 없이 아내의 존중 앞에 무릎을 꿇게 되어 있다. 남편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일일이 반응을 보이는 것은 존중하는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방법.

 

직접적으로는“당신 최고!”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자주 칭찬하다 보면 으쓱거리는 남편의 표정을 자주 볼 수 있
고 밖에 나가서도 자신감이 넘칠 수밖에 없다. 물론 친정 식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남편을 높여주는 것도 현명한 아내의 자세다.

 

친정 식구들이 아무리 20년 넘는 세월을 함께 보내온‘나의 가족’이라지만 시집온 뒤 남편에 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것과 마찬가지. “속았다!”고 넋두리하며 남편의 체면을 구겨놓는데 어찌 그를 바라보는 친정 식구들의 눈빛이 곱겠는가? 시댁 식구가 있는 자리에서는 남편을 대단한 사람으로 여겨주자.

 

시어머니가 오버하지 말라며 손사래를 치더라도 은근히 좋아하는 표정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존경하는 남편’을 꿈꾸
는 세상의 남편들은 아내가 인정해줄수록 더욱 칭찬받기 위해 열심히 하게 된다. 최고로 대접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최고로 대접받는다는 말도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7. 아내의 선물로 살림살이는 절대 사지 마라

아내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은 남편에게 크나큰 고민거리를 안겨주는 날이다. 남편에게 꼭 필요한 것을 정확히 기억해두었다가 특별한 날 선물 해주는 아내의 센스는 매우 놀라운 수준이지만 남편은 늘 무엇을 사야 할지 고민스럽다는 것. 만만한 선물 하나 골라 해마다 써먹다가는 아내가 영수증을 들고 백화점을 찾아 나서게 만들기 일쑤.

 

그 해 선물했던 품목 을 메모해두고 다음번에 선물을 고를 때에는 품목을 바꿔주고, 그 시즌에 나온 신제품을 공략하라는 것이 똑똑한 남편들의 조언이다. 대체로 아내들이 받고 기뻐하는 선물은 반짝이는 보석 종류다. 환금성이 있어 실용적인 금이나 다이아몬드라면 일석이조 효과.

마음을 담은 선물이라면 꽃 한 송이라도 기쁘게 받겠지만 아무리 의도가 좋더라도 가전제품이나 살림살이는 곤란하다. 특히 주방용 가전제품을 받은 아내는“뭐야? 이것들로 밥이나 열심히 하라고?”라며 화를 낼지도 모르고, 살림살이를 마련한 것 같은 느낌을 줘 선물의 특별한 의미가 줄어든다.

 

옷을 선물하는 경우라면 치수를 정확히 파악하자. 아내의 신체 사이즈보다 큰 옷을 선물한다면 아내의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시간이 선물을 고르는 데 든 시간의 5배는 필요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상대방을 애정 어린 눈으로 관찰하고 고른 선물이라면 실패할 일이 없다.

 

낡아빠진 운동화, 손목시계의 닳아버린 가죽 끈, 으깨져 가루가 되어버린 아내의 파운데이션, 아내가 만지작거렸던 벨벳 원피스 등 오랫동안 지켜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그 사람에게 꼭 필요한 선물을 제대로 골랐다면 그야말로 감동을 선사하는 일이 될 것이다.

 

#8. 한계를 정해놓고 쇼핑하라

두 사람이 필요한 물품들만 구입해도 지갑은 금세 홀쭉해진다. 생필품은 부부가 요일을 정해놓고 함께 쇼핑하는 것이 좋다. 각자 따로 생필품을 사면 중복 쇼핑을 할 수도 있어 가계의 구멍을 더 크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로 충동구매하려는 쪽을 제지할 수 있고, 물건을 살 때마다‘왜 필요한지’서로 설명해야 하니까 불필요한 구매는 확실히 줄여갈 수 있다.

대단한 쇼핑광을 아내로 둔 유쾌한 남편은 대형 쇼핑몰에 갈 때면 항상 아내의 손을 꽉 잡는다고 한다. 아내를 지극히 사랑한다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손을 놓치면 아내는 당장 쇼핑하러 뛰어갈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의 진담 섞인 말. 이처럼 부부가 함께 쇼핑하는 것 자체가 상대에게 적당한 한계선을 그어준다.

 

싱글일 때 월급통장을 지난달에 쓴 카드 대금으로 전부 날리던 사람도 결혼하면 조금씩 자제력이 생기기 시작한다. 부부가 한 달동안 쓸 수 있는 쇼핑의 한계를 정해놓자. “우리가 쓸 수 있는 돈은 여기까지야”라고 정해놓으면 한쪽이 지출을 많이 할 때 다른 한쪽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식으로 총 지출액을 전달 수준으 로 유지할 수 있다.

 

아내가 혹은 남편이 울적한 기분을 달래주기 위해 무리한 쇼핑을 했다고 갑자기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갖고 싶은 물건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단, 그 물건을 샀을 때 다른 물건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어차피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으니까. 카페라테를 한 잔 마시면 다섯 번은 버스를 타지 말고 걸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압적으로 쇼핑을 막으면 몰래 쇼핑을 즐기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심지어 백화점에서 세일 제외 상품을 무더기로 산 뒤 마치 반값 세일에 구입한 것처럼 가격표에 붉은색 사인펜으로 가격을 다시 쓰는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단다.

 

남편이 잔소리하면 놀라운 가격에 합리적인 소비를 한 것처럼 말하기 위한 눈속임 작업인 셈. 경제 원칙이 무너지면 그렇게 견고해 보이던 사랑도 깨어지기 쉽기에 결혼생활에서 쇼핑의 한계를 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9. 부부싸움은 그날 해결하고 잠자리에 들라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 부부는 없다. 매일매일 싸움을 하더라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화해를 하고 각방을 절대 쓰지 말라고 부부관계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심지어 부부싸움을 할 때는 꼭 같은 방 안에 있어야 한다. 방을 나설 때에는 뭔가 하나의 결론이 도출되어야 한다는 것.

 

부부가 싸우는 주제는 화장실 행거에 젖은 수건을 돌돌 말아 널어놓은 사건처럼 너무나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수구에 엉킨 머리카락 뭉치를 꺼내면서 아내에게 던진 잔소리로도 시작되어 저녁식사를 끝내는 동안 두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을 수 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설거지하면서 무수한 불만을 표현할 수 있다. 사소한 문제를 일일이 지적하고 불만을 표현하지 말고 웬만한 일은 건너뛰자. 사소한 일로 감정의 틈이 벌어진다면 정작 좀 더 진지하게 싸워야 할 필요가 있는 중요한 주제는 말을 꺼내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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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 상태로 문을 쾅 닫고 나가서는 절대 안 된다. 싸움도 일종의 대화법 이므로 서로 다른 점을 내놓고 하나의 결론을 얻을 때까지 끝까지 함께해야 한다. 일단 부부 싸움을 할 때‘One place, 24hours’원칙을 지키자. 싸움이 끝날 때까지 부부는 한 장소에만 머물면서 냉전 상태를 24시간을 넘기지 말라는 것. 싸움의 목적은 냉전이 아니라 생각의 차이를 좁혀가는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