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젝시인러브 임기양 기자

우리나라는 중국의 율령법에 기초해 고구려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예의 범절을 강조했다. 이 중에는 남편이 아내와 헤어질 때 들만한 7가지 이유와 또 이런 이유가 있어도 헤어질 수 없는 3가지 이유로 七出三不去(혹은 七去三不出)라는 것이 등장한다. 이 중 남편이 아내를 내쫓을만한 7가지 이유가 우리가 흔히 ‘칠거지악’이라 알고 있는 그것이다.

시부모에게 순종하지 않고, 아들이 안 생기고, 음탕하고, 질투하고, 나쁜 병이 있고, 말이 많고, 도둑질을 하면 내쫓는다는 내용이다.

요즘 시대에 생각하면 남녀평등에 완전 어긋나는 이야기지만 아이러니한 점은 현대에도 이런 칠거지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지. 물론 법적, 도덕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통념상 여자에게 강요(?)하고 사람들에게 주입시키는 칠거지악이 있었으니, 바로 아래와 같은 경우다.

남자가 바람을 피우면 한 번쯤은 눈감아줘야 한다고 한다. 여자가 바람을 피우면 바로 악녀딱지를 달게 된다. 여기다 나이 어린 연하남이나 한국남자가 그토록 증오(?)하는 외국남자라도 만났다 치면 그날로 사회에서 매장된다.

맞벌이 부부가 결혼조건인 세상. 돈 못 벌고 능력 없는 여자는 남자를 만나기도, 결혼하기도 힘들다. 결혼해서도 돈 버는 며느리가 대우받는 세상. 집에서 놀지언정 쇼핑몰이든 블로그든 뭐로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

비주얼이 대세인 시대. S라인, V라인은 기본에 성형수술을 해서 코를 높이고 턱을 깎고 눈도 좀 찝어주고 가끔 보톡스도 맞아줘야 ‘자기관리’ 잘한다고들 한다. 외모로 등급이 매겨지기 때문에 요즘은 ‘못 생긴’ 게 죄이다.

능력 좋아, 돈 잘 벌어, 외모 받쳐 줘도 아직 모자라다. 직장생활 하면서 시부모 모시고, 애들 교육 앞장서고, 전문가 뺨치는 살림 솜씨가 요구된다. 하나라도 그릇되면 당장 이혼 사유. “아침에 밥 한 번 차려줘 봤어?” 남자들의 단골멘트. 

절약 하는 여자보다 부동산 복부인이 더 대우 받는다. 펀드며 주식, 부동산투자 등등 경제를 빠삭하게 꿰뚫고 있어야 한다. 남편이 버는 월급 그대로 모으면 바보 소리 듣는다. 돈 늘리는 재주 없으면 손가락질을 당할 수도 있다.

동안, 미시족이 대세다. 아줌마라도 처녀처럼 보여야 한다. 청순해 보여도 섹시하게 보일 줄 알아야 한다. 낮엔 정숙, 밤엔 요부, 어지중간할 땐 애교로 승부하길 기대한다. 한 가지 색깔만 갖췄다간 차이기 일쑤. 지겹다고 떠나고, 이 여자 저 여자 갈아타는 남자가 부지기수.

딴 여잔 되도 내 여잔 안 되는 불변의 조건. 술 마시고 다니는 여자는 지가 정숙치 못 해서 범죄의 표상이 된다고 한다. 담배 피는 여자는 세상이 말세라는 소릴 고스란히 들어야 한다. 술을 마셔도 한두 잔에 취해줘야 하고, 담배는 숨어서 피워야 그나마 욕은 덜 먹는다.

세상은 많이 변했다. 5년 전이 다르고, 10년 전이 다르며, 몇 백년 전은 훨씬 더 다르다. 여자의 위상은 많이 달라졌다. 호주제가 폐지되고, 화폐에도 여자위인이 등장할 전망이다. 각종 리더그룹에는 똑똑하고 잘난 여자들이 득실거리고 있다.

알파걸이라며 남자를 앞서는 차세대 리더들도 많다. 초등학교의 반장에서부터 각 대학의 학생회장까지 여자가 남자의 수를 넘는다고 한다. 남자들이 잘못 말이라도 했다가는 페미니스트 혹은 여성단체의 직격탄을 받는 세상이다.

하지만, 지나가는 여자에게 물어보라. “요즘 여자들이 살만한 세상이죠?”, “글쎄요…”

체감하는 사회의 흐름은 여전히 남존여비의 사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같은 것이라도 남자가 하면 그럴 수도 있고, 여자가 하면 남자를 비롯해 같은 여자에게까지 매장당하는 세상이다.

절대 같이 적용될 수 없는 기준. 칠거지악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그저 세월 따라 항목만 변하고 있을 뿐이다. 여자로 태어난 것, 대체 뭔 죄가 그리 많아 이 영겁의 세월을 욕먹으면서 살고 있는 걸까? 우리 모두 곰곰이 생각해 볼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