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수술을 받은 지 5년째인 박모(45)씨는 이후 남편과 각방을 쓰고 있다. “병원에 있을 때는 지극 정성이던 남편이 퇴원 후에는 가까이 오지도 않는 거예요. 혹시 외도하냐고 다그쳤더니 제 텅 빈 한쪽 가슴을 볼 자신이 없다고 하더군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겠구나 싶었죠.”

늦게 결혼해 자녀를 두기 전에 유방암에 걸린 최모(37)씨는 수술 후 결국 이혼했다. 남편과의 거리감을 견딜 수 없어 이혼하자고 했더니 남편이 순순히 응한 것이다.

유방암 환자 환우회인 ‘비너스회’에서 편집팀장을 맡고 있는 고경자(49)씨는 “많은 유방암 환자들이 남편에게 수술 부위를 보여주는 것조차 꺼리게 된다”며 “남편이 이런 아내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대해줘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유방암학회가 최근 유방암 환자 부부 370쌍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성 환자 87%가 “가슴 상실은 곧 장애”라고 답했으며, 남편에게 가장 기대하는 것은 “심리적 위안”(45%)으로 나타났다. 조기 진단에 도움을 주는 것(26%)이나 경제적 지원(9%)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남편의 격려와 이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학회 정책이사 송병주 교수(강남성모병원)는 “여성 환자 스스로 당당해져야 남편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다가갈 수 있으며, 남편들은 아내의 예민한 심리를 이해하고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