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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초반의 부부를 면담하였다. 남편은 마지못해 끌려온 듯한 표정이었다. 개별면담을 통해 부인은 남편의 성욕이 급격히 감소해 가는 느낌을 가지면서 남편의 건강을 염려하게 되어 진료신청을 하였다.
남편과의 개별면담에서 남편은 자신이 정상이며 친구들보다 엄청나게 센 정력가라고 자랑을 늘어놓으면서 직업상 매일 술자리도 갖고 색다른 경험으로 만족감을 갖고 있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단다.
밖에서 이렇게 만족을 다하고 집에 들어가 욕구가 생길 리가 만무하고 이를 부인은 남편 건강의 적신호로 생각하여 급기야는 병원에 내원하게 되었던 것이다.
진료실에서 성기능장애로 찾아온 환자와의 면담에서 답답한 것은 환자들의 부부생활에 대한 기본자세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남녀가 부부로서 인생의 동반자로 결혼생활을 시작할 때도 남녀간의 다른 신체구조나 성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지려는 성실한 마음가짐과 노력이 필요하고 부부생활에 대한 지속적인 대화와 교감을 통해 친밀감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성문제에 관하여 정신과선생님도 이런 지적을 하신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성에 관한 이야기를 못하도록 훈련을 받아왔고 신체적이든 생리적인 것이든 성적인 것과 관련된 것은 일종의 금기사항이었다는 것이다.
성이란 굳이 말로 안 해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알 수 있는 것이고, 특히 남자는 성에 관한한 여자를 주도해야 하고 저절로 알아서 잘 처리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또한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누구나 성에 관한한 대가이고 전문가가 되어 전혀 근거없는 과장과 농담으로 성을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이런 장난기 어린 대화 속에 상처받고 고민에 빠져 남몰래 컴플렉스에 빠져 지내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사춘기 때는 자위행위 때문에 말 못할 고민에 빠져 성격장애를 일으켜 가정과 학교에서 모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소년이 있고, 자신의 성기 때문에 목욕탕에 가기를 꺼리고 바세린이나 파라핀 등의 검증되지 않은 방법까지 동원하는 남성이 있다. 또한 오로지 자신의 남성에만 생각의 촛점을 맞춰 부인과의 진지한 대화나 교감으로 성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력증진만을 추구하며 손가락질 받을 추태를 서슴지 않는 중년들을 흔히 본다.
여성의 경우에도 성에 관한한 남자는 여자보다 적극적이고 때가되면 으레 알아서 밝히게 되어 있어 여자는 수동적으로 마지 못해 남자가 하는 행동에 반응만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야 순수성도 보장받고 정숙한 여자로 보일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것이다.
기능장애로 내원하는 환자들의 치료 전, 후에 부부상담을 통해보면 부부간의 관계에서 진지하게 성에 대해 준비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부족한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우선 부부간의 성적인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추상적인 내용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이나 생생한 감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서로 상대를 이해해야 한다. 또한 성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와 다른 생각과 행동의 차이가 있더라도 서로 부당하다거나 전부를 거절하는 식의 해결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랑과 신뢰속에 대화를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친밀감을 키워가야겠다.
그리고 성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환상을 갖는다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대방의 성적인 완벽성을 기대하여 서로가 좌절을 맛보게 되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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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치유할 수 없는 가장 중한 병적인 상태는 부부로서 살아가는 기본적인 자세가 허물어져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둘 사이의 신뢰와 사랑 그리고 친밀감을 쌓아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부부관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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