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첫 데이트. 그녀는 말 수 적고 무뚝뚝한 그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고, 그는 그녀의 활기찬 목소리에 반한다. 결혼후, 그녀는 말이 없는 그의 모습에 답답해하며 그에게 불만을 말한다. 그는 그녀의 목소리가 더 이상 예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그녀와의 대화를 피한다. 점점 멀어지는 그들, 사랑이 식어서 일까?

“You are me, now I''m you." -「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中

사랑에 빠진 연인은 상대방의 모든 모습에 공감한다. 그리고 많은 부분에 공통점을 찾는다. 연인은 진정한 일심동체(一心同體)를 이룰 반쪽을 찾았다는 기쁨에 결혼식을 올린다. 결혼 후, 부부는 서로가 너무 다르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치약 짜는 습관부터 잠 잘 때 눕는 자세까지 상대방의 몸짓 하나하나에 놀라며 생활의 어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가, 그녀가 변한 것 이라고. 결혼은 현실이다. 현실은 알고 싶지 않는 것도 알아야 한다. 결혼한 부부에게 가장 무서운 현실은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것이다. 아무리 하나이고 싶어도‘나는 나, 너는 너’다. 인정하기 무섭지만 어쩔 수 없다.

결혼한 지 일 년 차인 한 주부는 감기에 걸려 누워있는데 같이 아파하지 않고 매우 건강한 남편을 보며 그가 나와 한 몸이 아닌 것을 깨달은 순간, 신혼이 끝났다고 말했다. 부부의 문제는 서로 다른 존재라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문제는 해결이 가능해진다.

살아가는 것은 사랑하는 것과 다르다

살아가는 것은 사랑하는 것과 다르다. 사랑은 숨기기 어려운 감정이기에 상대방에게 알리기도 쉽다. 또한 진심이 통하기만 하면 되므로 서툴더라도 표현하기만 하면된다. 그러나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부엌과 침대와 화장실을 함께 공유하며 각자의 습관을 하나로 만들어 가야 한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하나로 통일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문제는 생길 수밖에 없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똑똑하다. 결혼 생활이 환상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주변의 많은 이혼 사례들을 보며 더더욱 결혼이 현실임을 배운다. 그리고 요즘 신혼부부들은 더 많은 준비를 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 배워야 할지 알기가 막막하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실제로 금슬 좋은 어른들에게 조언을 들으면 될 것도 같다. 하지만 그들의 조언이라고 해야‘그냥 잘 참고 살아. 젊은 사람들은 참지 못해서 일이 생기는 거야’라는 정도이다. 서로의 존재조차 모르고 몇 십 년을 살아온 두 사람이 한 방에서 생활해야 하는 현실 앞에서 참고 살라는 조언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너와 내가 하나의 가족이 되기 위한 지극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함께 살아가는 법 배우기 - 예비 부부 학교

각자 서로가 다른 개체임을 인식하고 그 차이를 인정하는 것, 그것이 함께 살기의 첫 출발이다. 서로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는 MBTI 등의 검사를 통하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그 다음은 솔직하게 말하기다. 사실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는 이유로 내가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다 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상대방은 내가 아니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말해야 한다. 서로가 꿈꾸는 미래에 대해 대화한다. 부부는 같은 목표를 위해 계획을 세워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전원생활을 원하고 아내는 도시생활을 원한다면 은퇴 후의 꿈꾸는 미래가 너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순간 큰 문제로 발전될 수 있다.

은퇴 전에 미리 의논을 하여 절충된 목표를 세워 그 계획대로 생활을 한다면 미연에 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성생활에 대해 이야기 하는 법도 배워야한다. 요즘 부부들이 성생활에 대해서 많은 대화를 할 것 같지만 막상 결혼을 하고 관계를 갖기 시작하면 생각과는 달리 부끄러움 때문에 솔직한 대화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따라서 미리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그 외에도 2세 계획 등 가정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 구체적이고 세밀한 부분까지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결혼 전에 혹은 결혼 직후에 이 모든 것에 대하여 대화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막상 자리 잡고 앉아 이야기 하기란 쉽지 않다. 결혼 전 결혼생활과 부부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 하는 예비부부를 위해 여러 기관에서 부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부부학교’는 지방자체 단체, 여성단체, 종교 단체등에서 주관하여 열리고있다(표 참고).

교육 내용은 서로의 성격 파악하기, 부부간의 대화법, 서로가 꿈꾸는 미래 알아보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관별로 차이가 있으나 교육 기간은 대부분 3회 이상 이루어지며 때론 1박2일간의 합숙훈련을 하기도 한다. 이미 많은 부부들이 결혼 전 수업을 통해 심적으로 충분히 준비할 수 있어서 좋은 효과를 봤다고 한다.

단, 부부가 꼭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고 매 시간마다 주어지는 과제를 충실하게 제출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만약 시간이 부족하여 수업에 끝까지 참가할 자신이 없다면 성격 테스트만이라도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결혼만큼 실제로 살아가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이 또 있을까? 

아무리 책을 읽고 수업을 듣고 준비를 해도 막상 살아보면 예기치 않은 문제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준비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사랑함을 잊지 않고 배려하고 이해하며 살아가려는 노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