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 ‘허슬러’라는 잡지에서 봤던 에로 소설의 한 대목.

직장에 다니는 평범한 남자의 마흔번째 생일이다. 아내의 생일선물을 받은 남편의 얼굴에 행복한 표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아내의 생일선물 은 단 한 문장이 적혀있는 생일카드뿐. "Anytime, Anyplace…” 앞으로 24시간동안은 남편이 원하는 시간, 남편이 원하는 곳이라면 언 제 어디서든지 OK라는 일종의 섹스서비스 티켓인 셈이다.

성인영화관 의 뒷자리에 앉아 영화속의 남녀처럼 섹스를 시도해 보자는 남편의 요구에 군말 없이 따르는 아내.

번잡한 레스토랑의 한구석에서 아내에게 노팬티를 요구하는 남편, 물론 아내는 이의가 없다.

그들의 생일파티는 그 밖의 몇가지 색다른 성적유희로 이어진다.

평소답지 않은 아내의 적극적인 동조와 협조에 남편은 짜릿한 만족감을 경험한다.

자칫하면 우울해질 수도 있는 중년의 첫번째 생일에 소년같은 설렘과 활력을 경험한 남편의 기쁨이

얼마나 대단했을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순전히 남자의 입장에서, ‘전설의 고향’ 버전으로 이 소설이 던져 주는 교훈을 한번 되새겨 보자.

적어도 아내라는 이름의 여자라면 남편에게 그 정도의 재치나 배려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남자들은 그런 아내를 꿈꾼다.

혼자 술집에 가게되면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서 술집 마담과 아내의 통화를 주선하는 남자가 있다.

그때마다 그의 아내는 말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손님으로 우대해 드리세요. 가장 예쁘고 교양있는 아가씨를 곁에 앉히세요. 내일 아침 제가 술값을 지불해 드립니다. 만약 그때 우리 남편의 기분이 좋지 않다고 제가 판단했을 때는 지불이 무기한 연기됩니다." 물론 팁같은 건 받을 생각도 하지 마세요.”

아무 여자나 흉내낼 수 없는 특별한 경지에 이른 여자지만 그렇다고 소설속의 얘기거나 술김에 주고받는 농담속의 여자도 아니다.

소설가 이외수와 그의 아내가 실제 주인공이다.

춘천의 단골술집들은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란다.

그래서 이외수는 특별한 아내 덕에 언제나 떳떳하게 대한민국 최고의 남자로 대우받으며 술을 마신다.

그뿐 아니다.

"8만원이라구? 비싸다. 나는 한평생을 모셔도 그런 거금을 받아 본 적 이 없는데, 니는 겨우 몇 시간만 모시고 8만원이라구. 내사 몬 준다."

창녀촌에서 걸려온 외상독촉 전화를 받은 그의 아내의 반응이란다.

이 외수의 표현을 그대로 한번 빌려보자. "창녀들로부터 남편의 외상독 촉 전화를 받고도

태연자약할 수 있는 아내가 있으면 나서 보시라.’ 이쯤되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기가 죽게 마련이다.

아침에 용돈문제로 실랑이를 벌인 아내의 얼굴이 오버랩되면서 은근히 부아가 치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당신만 아내에게 특별한 요구사항이 있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맛있는 음식을 봤을 때 식욕이 동 하는 건 여자나 남자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당신과의 잠자리에서 미키 루크의 퇴폐적 눈빛을 상상하며 오르가즘을 느끼는 아내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섹스가 끝날 때마다 아내의 엉덩이에 사인을 한다는 소설의 한 대목에서 전율감을 느끼는 당신의 아내를 이해할 수 있는가.

남자들은 아내가 무엇을 꿈꾸면서 사는지 어떤 성적 환상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는 곤란하다.

아내의 성적 상상력에 귀 기울여 보라. 혹시 아내의 상상력이 빈약하다면 그 책임의 일부는 당신 몫일지도 모른다.

허구헌날 집에서 된장찌개만 끓여본 아내에게 갑자기 프랑스 식당의 송아지 요리를 주문한다면

그게 될 말인가. 먼저 근사한 식당에 가서 맛난 음식을 사 먹인 후에 요구해도 할 일이다.

아내의 도발적인 성적 상상력의 원천은 바로 당신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