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 성클리닉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기본적인 설문 몇 가지를 거쳐야 한다.

성행태 및 성의식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얻고자 함인데, 그 문항 중 ‘귀하의 파트너가 자위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하는 것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다, 아니다, 모르겠다의 3가지 대답 중 아니다

또는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여성이 대다수라는 점인데, 내 파트너는 자위를 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은 실제로 파트너가 있는 남성의 자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의식이 굉장히 강하다.

간혹 인터넷 상담을 하다보면, 우연히 옆방에서 자위를 하거나 인터넷의 성인 사이트나 포르노 비디오를

보면서 자위를 하는 남편을 발견하고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혼자 여러 날을 고민하다가

 해결책을 물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 고민의 정도가 생각보다 심각한 경우도 본다. 요지는 어떻게 부인인

 나를 두고 자위를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부부의 성생활이 비교적 원만한 경우도 도대체 뭐가

불만인거야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신혼 초에는 일주일에 서너 번 부부관계를 요구하더니 출산 후부터는

 잠자리 요구를 거의하지 않아 감정이 쌓여가던 차에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된 여성은 자존심에

 더욱 심각한 상처를 받게 된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과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벌써 끝나버린건가 하는 허탈감이 동시에 밀려오고 결혼생활에 회의로 이어지는 여성도 있다.

이런 심리는 남성들이 좀 알아두실 필요가 있다. 평소에 부부관계에 앙금이 남지 않도록 잘 관리하시고

미리미리 대화를 통하여 부부의 성에 대한 이해의 창구를 마련해 둔다면, 여성이 갑작스런  실망감을

느끼거나 이런 일로 부부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여성에게 조언을 드리자면 일단은 남자의 자위에 대한 좀 더 느긋한 관점을 가지시길 권한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상황을 이해해야 남성과의 진지한 대화가 가능하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격분하면 남자는 대화의 문을 닫아버릴지도 모른다. 부부관계에서

 피곤하다며 무성의를 보이거나 왜 이렇게 밝히냐며 원색적인 핀잔도 불사할지 모른다. 그냥 현장을

목격한 상태에서 한 치의 여유도 주지 않고 몰아치면 남성들은 대부분 별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호들갑을 떤다는 반응을 보이는데 이는 본심보다 더 과장돼 있을 수 있다. 겸연쩍은 상황에 변명할

 여지라도 좀 남겨두고 공격을 해야 하지 않겠나? 

최근 병원을 찾은 30대 초반의 A씨는  남편의 지나친 부부관계 요구와 성욕을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전반적인 검사를 요구하며 병원을 내원했다.

기본적인 신체검진과 혈액종합검사, 호르몬검사를 포함한 혈액특수검사, 질압력측정, 도플러 초음파

 외성기 혈류검사, 외성기 감각검사등 모든 검사를 원했고 자신의 정상유무를 확인하고 싶어 했는데, 

 검사결과는 비정상의 범주에 속하는 소견이 하나도 없었고 실제의 성행태도 10번 중 7-8회 이상의

오르가슴을 느끼는 편으로 성만족도가 낮지 않았다.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나 우울증을 의심할만한

소견도 없었고  활발한 사회활동과 운동을 통해 건강을 잘 유지하고 있어 A씨가 호소하는 부부관계의

 문제가 표면적으로는 설득력이 없을 정도다. 문진 과정을 통해보니  A씨는 어린 시절부터  주변에서

 남성의 외도나 그로 인한 가정의 파탄을 많이 보아왔고 이로 인해  남편에게는 외도의 불가성에 대해

 철저히 강조하여 옭아매는 편이었다. 친구들을 만난다든지 회식을 한다든지 하는 경우도 시간제한이

심했고, 자신이 보든 안보든 남편에게 절대로 자위를 하지 말도록 강요했다. 그 꼴은 죽어도 못 보겠다고

수차례 강조하였고 남편은 철저히 부인의 요구에 충실했다.

남편의 모든 일상을 가정으로 집중시켜둔 것이다. 남편은 부인과의 섹스가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큰 즐거움이다. 욕구도 반드시 부인을 통해서 해소한다. 하지만, A씨는 남편의 욕구를 다 충족시켜주기에는

 이제 너무 힘이 부친다. 이런 상황에서도 남편의 자위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인가?

통계적으로 결혼과 상관없이 성인 남자의 약 90%는 자위를 한다고 본다. 여성이 특히 이해해야 할 부분은

이들이 부부간 성관계에 만족을 못하거나 이성에게 만족하지 못해서 자위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대규모 메사츄세스 연구에서 남성은 40대부터 서서히 성기능은 줄지만 자위의 횟수는 80세까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사실도 보고된바 있다. 

아무리 부부관계가 좋고 성생활이 좋은 부부도 양측의 성적욕구가 항상 같을 수는 없다. 아내가 아무리

몸이 달아도 남편이 쉬고 싶을 수도 있듯이,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도 해보아야 한다. 남편이 아무리

저돌적으로 성적욕구를 표출하더라도 내가 도저히 욕구가 일지 않을 때도 있지 않는가? 이럴 때 자위는

 아주 좋은 해결책이 된다. 매일 포르노나 야한 인터넷 동영상을 보면서 자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든지,

그 횟수가 하루에도 수회로 중독의 형태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면, 또 실제 부부관계는 회피하면서 자위에만

 탐닉하여 부부관계 전반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남편의 자위, 적당히 눈감아 주라.

본인이 심기가 영 불편하다면 내 기분이 어떠어떠하다고 이야기를 시작해야지 자위를 하는 남편을 싸늘한

눈빛으로 마치 바람이라도 피운 듯 몰아붙이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내 남자의 자위, 있을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