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씨솔루션

어느 날 아침 메일로 날아온 남편의 핸드폰 요금 명세서를 봤습니다. 핸드폰 요금 154000원. 적지 않은 액수지만 남편의 직업상 저 정도면 무난한 요금입니다. 그래서 그거 별로 문제삼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눈에 거슬린 것이 있더군요. 바로 문자 요금 4200원, 포토문자 요금 6500원이라는 항목이었습니다.
'사랑해'라고 제가 보내는 문자에 답 한 번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뭐야. 답이 있어야 할 거 아냐?'라고 투정부리면 '나는 문자 어떻게 하는 지 잘 모르겠더라. 헷갈리기도 하고. 핸드폰 걸고 받는 기능 외엔 잘 모른다'고 하던 남편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자 요금 4200원이라뇨? 더구나 포토문자라니요... 순간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왜냐하면 어쩌다 한번 남편의 휴대폰을 살펴볼 때마다 늘 문자함은 비어있었으니까요. 보낸 문자도, 받은 문자도...
그런데 나는 고작해야 한 달에 1천원도 안 나오는 문자 요금이 1만1천원이 넘게 나왔는데 이 대목에서 제가 의심을 하지 않으면 이상하지요. 그렇다고 사실 확인도 없이 무작정 남편에게 따지고 들 제가 아닙니다. 저도 들은 얘기가 있는지라, 물증없이 심증만으로 덤볐다가 오히려 의부증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거 다 알고 있기 때문이죠. 벼르고 별러서일까요. 문자 요금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며칠 뒤...
시부모님이 남편과 상의 할 일이 있다고 내려오라고 했답니다. 남편이 함께 가자고 했지만 아무래도 시부모님이 남편과 조용히 상의해야 할 일인 것 같아 저는 그냥 아이와 있겠다고 했습니다. 남편 왈.. "그래, 그게 낫겠다" 하더군요. 그리고 갈 준비한다고 하더니 잠깐 침대에서 졸고 있더이다. 그 사이 남편 핸드폰 슬쩍 봤습니다.
매번 볼 때마다 그 어떠한 흔적도 없었기에 이번에도 그려려니 했지요.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받은 문자는 없는데 보낸 문자에 '미안해 문자 못 봤어. 사랑해'라고 써 있더군요. 순간 손이 떨리고 달 리가 떨렸습니다. 가슴에 쿵 하고 큰 돌덩이 하나가 내리 찍히더군요. 머리가 띵하고 아찔한 순간에도 저는 거의 반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워낙 주워들은 얘기가 많아서리..)
디카를 찾아서 문자를 찍어두었습니다. 혹시 제대로 안 나올까봐 조바심에 한 10컷은 찍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화번화부를 뒤져서 수신인의 이름을 확인했습니다. '박**'더군요. 이름과 전화번호를 따로 메모해 두고 안방으로 갔습니다.
"자기야~ 빨리 안 가. 자면 어떻게 해." 깨워도 '잠깐만' '잠깐만' 하면서 눈도 못 뜨던 남편이 "근데, 박**가 누구야?" 했더니 갑자기 눈을 번쩍 뜹니다. "박**'라고 했더니 순간 당황하면서 '어, 회사 경리'하는 겁니다.
"회사 경리한테 '사랑한다'고 문자도 보내나 보지?" 했더니 벌떡 일어나더니 잡아뗍니다. 그러더니 누가 자기 핸드폰을 빌려서 문자를 보낸 거라며 문자 보낸 놈을 잡아서 나한테 확인시켜주겠답니다. 뭐 뀐 놈이 성낸다고 오히려 큰 소립니다.
아니 제가 바보, 멍청이, 또라이입니까. ‘사랑한다’는 은밀한 문자를 보내면서 남의 핸드폰 빌려서, 그것도 남의 핸드폰 번호가 남게 보내게요? 게다가 남편 핸드폰 비밀번호 걸려있어서 비밀번호 모르면 보낼 수도 확인할 수도 없습니다. 눈 말똥히 뜨면서 거짓말하는 꼴 도저히 못 보겠더군요.
속은 벌렁벌렁 거렸지만 겉으로 전혀 내색안하고 정말, 마음 독하게 먹고 눈 질끈 감았습니다. "똑바로 말하면 용서하고 넘어가려고 했더니 너 정말 안되겠구나. 사람 완전히 병신 만드네!" 하고는 그 잘난 핸드폰, 주저없이 딱 반으로 접었습니다. (제대로 말고, 반대로요. 딱 소리나면서 맥없이 부러지더군요.) 그리고 벽을 향해 내리 던졌습니다.
그때 남편 표정 가관이 아니더군요. 그리고 정말 태어나서 그렇게 심하게 욕 해 본적이 없는데(제가 경험해 보니 이럴 때 이성을 잃은 것처럼 마구 욕 해대면 안 되고요, 정말 살벌하게, 남편이 당황하게... 얼굴에 냉소를 머금고 무섭게 딱 한 두 마디만 욕 해야 합니다 ^^)

"**년, 어디 가정 있는 남자한테...내가 아주 사회적으로 매장 시켜주지. 그리고 만약 당신이 거짓말 하는 거면 나도 내가 어떻게 행동할 지 몰라. 하지만 각오는 해두는 게 좋을 거야. "하고는 차키를 들고 밖으로 휑 나갔습니다.

밖으로 나간 뒤의 상황은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남편 너무 놀라고 당황한 것 같았습니다. 제가 평소 바가지를 긁거나, 욕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주는 성격이 아니었고, 아이한테도 헌신적인 교양 있는 엄마, 인자한 엄마였기에 남편은 나의 의외의 행동에 무척 놀랐을 겁니다.(특히 욕하고 핸드폰을 부셔서 던졌다는 것에 무지 놀랐을 겁니다)

아파트 바로 앞에 제 차를 세워놨기 때문에 차 시동도 일부러 크게 확 틀고, 험하게 몰고 아파트 밖으로 빠져나갔습니다. 그런데 아차,,, 그 여자 전화번호 적어 놓은 것을 놓고 왔더군요. 가슴은 떨리고 남편 얼굴 보기 두려웠지만 그냥 집에 다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거칠게 현관문 열고 신발을 신고 척척 집안으로 들어가 메모한 것을 들고 나왔습니다. 남편은 내가 다시 올라올 줄 몰랐는지 제 모습에 또 한번 당황하더군요. 베란다에서 담배피고 있다가 너무 순식간에 제가 행동해서 잡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그 상황에서 갑자기 딸이 떠올랐습니다. 문 쾅쾅 여닫는 소리에 잠에서 깬 딸이 어리둥절해 있었던 모습이 떠올랐죠. 이 상황에서 딸 아이를 데리고 내려올까 말까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갑자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내복 바람의 딸이 서있는 겁니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아서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자다가 얼마나 놀랐을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딸 아이 앞에서는 큰 소리 나지 않게 살아왔었는데...
"엄마, 왜 그래? 어디 가는 거야? 나도 갈래."
얼마나 급했으면 내복바람에 맨발로 뛰쳐내려왔는지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는 딸을 들쳐 안고 무작정 차를 몰았습니다.
잠시 후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남편이죠. 싹싹 빌 거라고 기대했는데...
"당장 집으로 와. 그리고, 정말 아무 관계 아니야. 사람 얘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나 오늘 시골 집도 가야하고, 더구나 00형 아버지 상당해서 병원가야하는데 핸드폰 그 지경으로 해놔서 아무 번호도 모르고...그리고 핸드폰도 산 지도 얼마 안되는데 그거 당장 고쳐놔!!"

마음 같아선 저도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차마 딸아이가 옆에 있어 그러지 못했어요. 대신 차분히 말했죠.
"사실 확인해 보고 아니면 내가 살면서 평생 너한테 미안한 거 다 갚을 거고, 만약 아니면 그 댓가 네가 치러야 돼. 그리고 나 그 년한테 지금 바로 확인할 거다. 그래서 내가 오해한 거면 그 여자한테 무릎 끓고 사죄하면 되는거고, 만약 아니면 그 **년도 댓가를 치를 줄 알아!!"라고 말한 뒤 끊었습니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 가라앉히고 그 여자에게 전화했습니다.
"박**씨죠?"
"그런데 누구세요. 김**씨 아세요? 저 김**씨 와이프되는 사람인데요.“
“아..네. 금방 전화드릴께요.”
그러더니 전화를 확 끊어버리는 겁니다. 바로 전화를 하려다 참았어요. 일단 점잖게 나가야겠다 싶었어요. 근데 기다려도 전화가 안 와서 전화했더니 전화를 안 받는겁니다. 아마 저희 남편에게 열나게 전화를 시도했겠죠. 제 남편 핸드폰이 맥없이 부러진 걸 모르고 말이죠. 통화가 안 되니 그 여자도 얼마나 답답했겠습니다. 도대체 와이프가 어떻게 알았고 어디까지 아는지 자기도 무척 조바심이 났을 겁니다.
그 뒤 몇 번을 전화해도 연결이 안 되다가 마지막에 연결이 됐습니다.
“전화를 주신다더니 바쁘신가 봐요. 용건을 말하죠. 이 시간 이후로 더 이상 저희 남편에게 연락하지 마세요.”
그랬더니 그 여자 왈 “이혼하신 거 아닌가요? 전 그렇다고 들었는데요.”
갑자기 황당하더이다. 이 인간이 이혼남 행세하면서 여자를 만나고 다녔다니요. 심한 배신감이 들었죠.
“저희 이혼 안했고 잘 살고 있거든요. 그런데 남편은 별 가치도 없는, 일방적으로 자기한테 들이대는 여자라고 하더군요. 저도 별로 신경쓰고 싶지 않아서 전화까지 하게 됐네요. 그러니까 앞으로 연락마시죠.”
(일부러 약 좀 오르라고 제가 뻥쳤습니다. 남편이 제게 자신에 대해 형편없이 얘기했다는 걸 알면 열 받을 것 같아서)
그러니까 이 여자가 말하더군요. “저는 이혼했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 그리고 제가 충고 하겠는데 저한테 전화로 이러실 게 아니라 남편 간수나 좀 잘하시죠?” 하더이다.
헉~ 그러면서 전화를 끊는데 어찌나 약이 오르던지...
바로 남편에게 전화했습니다.
“오호라~~ 이혼남 행세를 하셨어? 나한테 막 욕하면서 남편 간수나 똑바로 하라고 하더라. 완전히 나를 미친년, 병신 취급하던데... 내가 그런 취급당하니까 기분이 좋냐?”
제 얘기를 듣던 남편이 갑자기 흥분을 하는 겁니다. “그 여자가 그렇게 얘기해? 정말?”
“내가 비싼 밥 먹고 할 일 없어 거짓말 하냐? 결혼해서 지금껏 당신만 믿으면서 사랑하고, 우리 딸 예쁘게 키울려고 일하며 살림하며 아등바등 살았는데 고작 나한테 해주는 게 얼굴도 모르는 여자한테 욕먹고, 남편 간수 잘하라는 모욕이나 듣는 거니? 흑~~”
(이 대목에서 괜히 서러운 척, 약한 척 쑈했습니다. 제 남편 성격 잘 아는데... 누가 제 욕했다거나, 자기 미친 놈 취급했다면 홱 도는 인간입니다. 그런데 역시 약발 받았습니다.)
제가 확인해 보라고는 했지만 당장 확인 못한다는 걸 알았지요. 번호 저장은 했지만 외우고있지는 않을 거라는 거 알았으니까요.
“나 지금 엄마네 간다. 그 여자랑 통화한 거 지금 핸드폰에 다 녹음시켜놨고, 내가 당신하고 더 이상 못사는 거 적어도 우리 엄마 딸 책임은 아니라는 거 아셔야 하니까 엄마한테 사실대로 말할 거야. 딸 때문에 이혼한다면 우리 엄마 나 평생 안 볼거라고 할 텐데 난 그러고 싶지 않거든. 난 잘못한 것도 없이 우리 엄마하고 웬수되고 싶지 않아”
그렇고 말하고 그 뒤 연락 끊어버렸습니다.
친정집에 가서는 남편 시댁갔다고 하고 엄마랑 뮤지컬 보고, 맛나는 거 먹고 신나게 놀았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미치겠더라구요.

그 사이 그 여자에게 또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안 받더군요. 그래서 음성을 남겼습니다. “참, 아까 미처 얘기를 못했는데 우리 통화한 내용 핸드폰으로 녹음했습니다. 사전에 말씀드리지 못해서 대단히 미안하군요. 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앞으로 우리 남편에게 핸드폰 통화, 문자, 메일 등 기타 어떤 수단으로도 연락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만약 이를 어길 시 손해배상 청구 및 법적 대응 들어가겠습니다.”하고요.

그 사이 남편에게 전화가 왔고, 어떻게 핸드폰을 고쳤는지 핸드폰 번호가 뜨더군요.
“솔직히 다 말할게. 회사 경리직원은 아니고 나보다 나이 8살이나 많고, 채팅으로 안 지 한달도 안 됐고 네가 일이 너무 바빠서 나한테 신경도 잘 안 쓰는 것 같고, 정말 우연히, 호기심에, 재미로 했는데... 얼굴도 몰라. 집이 대전이고 그 여자도 결혼한 여자라서 만나지도 못했어..."
"더는 못 들어주겠네. 그 여자한테 다 확인했는데 뻔한 거짓말하니? 너란 인간은 도대체..."
"00야. 정말 한번만 봐줘라. 그래 진짜 솔직히 말할께. 그냥 몇 번 만나서 밥먹고, 차마시고 그게 다야. 회사 일 답답한 거 그냥 부담없이 털어놓고 위로받고 싶었어. 너한테 얘기해 봐야 괜히 신경쓰고 스트레스 받을 거 같아서. 정말 믿어줘. 그리고 장모님께는 제발 얘기하지마. 나 그러면 자살할지도 몰라.”
그래서 “그 말 사실이야? 한치의 거짓말도 없는 거야? 난 당신이 나한테 거짓말하지 않고 솔직히 말하느냐 아니냐를 묻고 있는 거야. 그리고 내가 직접 확인해서 사실 다 밝혀내기 전까지 나한테 용서같은 거 강요하지마.”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건이 토요일 날 터져서 일요일까지 엄마네서 쉬다가 월욜 아침에 집에 갔습니다. 회사에다가는 조금 늦게 출근한다고 하고 아파트 주차장에 남편 차 없는 거 확인한 뒤 집에 들어가 옷 갈아입고 출근했죠. 출근해서 하루 종일 일 못했습니다. 그 여자 신원 확인하는 거 간단하더군요.
그 여자 남편보다 8살 많다고 하더니, 저보다 한 살 많더군요. 남편보다 2살 어렸다는 얘깁니다. 남편 있고, 일곱 살 짜리 딸 하나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제 눈이 확 뒤집힌 것은 집이 대전이라고 하더니 서울이었다는 겁니다. 그것도 저희 집이랑 같은 ‘구’고요. 차로 10분 거리. 맘만 먹으면 담배 사러 간다는 핑계 대고 잠깐 얼굴이라도 보고 올 수 있는 거리죠.

ㅎㅎ 이제 제가 다친 자존심 회복을 할 차례입니다. 내가 받은 만큼 그 여자도 당해봐야죠.
그 여자에게 문자를 날렸습니다.
‘음성은 그쪽에서 삭제하셨을 테니 제 증거 자료를 위해 문자 남깁니다. 이 문자 받는 즉시 내 남편 다시는 만나지 않고, 연락하지 않겠다는 문자 보내세요. 만약 그렇지 않으면 다음 주 월요일(13일)에 내용증명 발송하겠습니다. 주소는 서울시 00구 00동 00아파트 000동 000호 이정식씨(남편 이름입니다) 앞으로요. 부디 혜진이(그 여자 딸 이름입니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군요.’하고요.
그 문자를 받고 그 여자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아마 깜짝 놀랐을 겁니다. 자신의 신상을 훤히 꿰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 얼마나 두려웠을까요.(나중에 이 여자 신상에 대해 얘기하니 남편도 깜짝 놀랐어요. 자기도 몰랐던 사실인데 도대체 어떻게 알았느냐고...)
그 여자 놀라긴 놀랐나봅니다. 금방 문자왔습니다.
‘다시는 만나지도, 연락하지도 않을 겁니다. 어차피 몇 번 만나지도 않았고 더 만날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혼남이라고 당신 남편이 사기친 거니까 더 이상 저한테 이런 문자 보내지 마세요. 불쾌하네요. 그리고 님도 남편 단속 잘 하셔야 되겠네요. 저도 충고대로 가정에 충실하죠.’
어머머... 이혼남이면 가정이 있는 여자가 그래도 되나요? 이 여자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 게다가 남편 단속까지 운운하고...그래서 또 제가 문자 날렸죠.
‘이혼남이면 가정있는 여자가 그래도 되나보죠? 이정식씨( 그 여자 남편)한테 그래도 되는지 지금 물어볼까요? 그리고 이 정도 불쾌는 그쪽에서 당근 감수하셔야죠. 앞으로 당신이 가정에 충실할 지 안 할지는 제가 좀 더 지켜보면 되는 거고, 만약 아니다 싶으면 언제라도 당신 남편 만나서 확인해 보면 돼요. 그때 가서 당신하고 주고받은 문자, 우리 통화 녹음한 내용 남편한테 들려주면 되니까. 참, 우리가 주고받는 문자 모든 게 나중에 증거자료가 된다는 거 알고 계시죠? 다시 한번 알려두는데 저희 남편과 문자, 전화, 메일 등 기타 어떠한 일체의 만남이나 연락을 가질 시엔 법적 절차 들어갑니다. 그리고 저희 남편에게 전화 안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저는 언제라도 남편의 핸드폰 통화 내역 및 문자 내역 확인이 가능하답니다.’

그 뒤 그 여자 소식 깜깜입니다. 아마 제가 보통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 뒤 진짜 제가 자신의 남편에게 전화하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가슴 졸이면서 살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기본적으로 가정있는 남녀가 자신들의 충동을 위해, 만족을 위해 자신의 남편이나 아내에게 큰 상처 준다는 거 용서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특히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라면 더 더욱 그러면 안 되지요. 가끔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자신을 합리화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그거 저한테 걸리면 딱 죽습니다.

어쨌든 그 뒤 남편은 저에게 꽉 잡혀있습니다. 분명한 건 제가 잡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남편이 알아서 잡히고 있으니까요. 아참, 그 뒤 남편 처리(?) 방법에 대해서는 얘기를 안 했군요. 워낙 이 글이 길어서... 그건 다음 기회에 또 알려드리겠습니다.

제가 남편 바람피우는 문제로 고민하고 계신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때의 대응이 정말 중요하다는 겁니다. 우선 확실한 물증없이 심증만으로 남편을 다그치지 말라는 겁니다. 확실하지 않으면 남편들은 거짓말로 얼렁뚱땅 넘어갑니다. 그리고 그런 남편 얘기를 들으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요. 심한 남편은 오히려 남편 뒤나 캐는 믿지 못할 여자라고 큰소리 치고 적반하장으로 나옵니다. 최악의 경우 이혼하자고 나오는 남자도 있다지요. 어쨌든 남편이 수상하다고 의심되면 그때부터 오히려 더 잘해줘야 합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증거는 악착같이 모아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증거를 수집했을 때, 남편이 빼도박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뚜껑을 확~ 열어야 합니다. 그리고 최대한 세게 나가야 합니다. 저는 어린 딸 때문에 큰 소리 안쳤습니다. 그리고 우리 남편이 핸드폰 애지중이 하는 걸 알았기 때문에 일부러 미련없이 핸드폰 부러뜨렸습니다. 만약 우리 남편이 LCD TV를 애지중지 했더라면 컴퓨터 모니터 들어서 LCD 내리쳤을 겁니다. (비싸다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됩니다. 나중에 화해해서 고치게 되더라도 그 책임은 물건을 던진 아내가 아니라 던지게 만든 자신의 책임이라는 걸 알아야 하니까요.) 어쨌거나 지금 내가 어떤 상황인지, 얼마나 화가 났는지 확실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그리고 그 여자와 담판 지어서 절대 두 사람이 만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냥 한번 만난 사이던 몇 년을 애인 노릇한 사이이건 둘은 정말 떨어뜨려놔야 합니다. (그 방법은 제 방법 말고도 있습니다)
남편이 ‘이 여자 진짜 무섭구나’ 하는 걸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그 뒤 남편을 용서하기로 했다면 그냥 용서하면 안 됩니다. 구체적인 다짐을 받으세요. 각서도 좋고, 공증도 좋고요.

저는 애 친정에 맡기고 남편 보고 집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제가 늦게 들어갔습니다. 소주로 입 한번 헹구고, 옷에 소주 좀 뿌리고...(일부러 술 많이 먹은 척^^)

일단 남편에게 할 얘기 다 하라고 했습니다. 무릎꿇고 울면서 이래 저래 용서 구하고 암튼 영화 찍더군요. 그 다음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냐고 물었습니다. 이혼 빼고는 하자는 대로 다 할 테니 한번만 용서해 달라고 하더군요. (어차피 저는 남편하고 이혼할 생각 없었습니다. 사실 확인 결과 그 여자와의 관계 그냥 한번 용서해줘도 될 거라고 판단했어요.)
한 5분 동안 아무 말도 안했습니다. 독한 표정 지으면서 뭔가를 고민하는 척 했죠. 남편이 미칠려고 하더군요. 입이 바짝바짝 말랐겠죠. 그리고 제가 잠깐 나갔다 온다고 하고는 말도 안하고 나갔습니다. 편의점 가서 소주 한 병 사왔어요.
오자마자 병 따고 큰 글래스 두 개 꺼내서 양쪽에 가득채웠습니다. 그리고 A4용지와 펜 가지고 왔습니다. 각서 쓰라고 했죠. 그리고 공증받자고 했습니다. 남편이 다 하겠답니다. 암튼 그렇게 받고 나서...
“나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여자 아니다. 나도 이번 일 겪으면서 내가 이렇게 독하고 무서운지 정말 몰랐다. 그 여자 남편 만나서 다 끝장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당신에게 마지막 기회 주기로 했다. 다들 애 때문에 이혼 못한다고 하던데 나는 다르다. 애 때문이라도 이혼할까 했다. 하지만 생각 바꿨다. 솔직히 이번 사건 절대 용서는 못한다. 그냥 내 기억에서 지우겠다. 이 시간 이후 살면서 절대 이 얘기 더 이상 안 꺼낸다. 그냥 잊을 거다. 대신 우리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다.” 하고는 소주를 단숨에 원샷 했어요.
그리고 그 뒤 정말 남편에게 더 잘해주고, 전혀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요.
그런데 이상한 건 정말 그 일이 자다가 벌떡 벌떡 일어날 만큼 화가 나지 않는다는 거예요. 적어도 제가 하고 싶은대로 했고, 그 상대 여자에게 나름 복수했고, 남편에게도 했으니... 별로 아쉬움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암튼 여러분들도 너무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게, 현명하게 대처하세요. 이래도 후회, 저래도 후회는 남는 법, 후회나 아쉬움을 안 남기면 좋겠지만 그게 안되면 그냥 적게라도 남길 수 있었음 해요.

출처:바람난 배우자의 진심을 주고 받아볼수 있고 교육시킬수 있는 특급노하우 www.weddingstudy.co.kr 결혼공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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