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선생님의 도움으로 남편의 불륜이 정리된지 몇 개월이 흘렸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제 마음이 허전하지요? 남편이 불륜 중일 때는 불륜만 해결된다면 하는 간절한 소망으로 살았는데, 그리고 지금은 그 간절한 소망을 이뤘는데도 전혀 기쁘지 않고 오히려 쓸쓸하기만 합니다. 마음 한 구성이 뻥 뚫린 것처럼 허전하기만 합니다. 어쩌면 좋습니까?

그래서 어느 때는 제 스스로 분을 이기지 못해서 자해라도 할 지경에 이릅니다.
 

이런 메일을 받을 때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 부분은 상담자의 몫이 아니라 남편의 몫이며, 남편들이 방법을 모르겠다면 상담자에게 배워서 스스로 아내 가슴에 꽂은 비수를 빼 내고, 피가 흐른다면 아물게 해 주셔야 하는데 이런 경우엔 남편들이 너무 야속하기만 합니다.

실제로 이런 경우에 많은 남편들이 자신의 불륜에 대하여 정식으로 아내에게 사과도 하지 않으면 한다고 해도 건성으로, 혹은 지나가는 말로 하고는 마치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아내의 어떤 마음인지도 모르고 껄껄대면서 웃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한 마디 하면,
"나 보고 더 이상 어떻게 하라고. 사과했으면 됐잖아."
라는 말을 그것도 곱게 하는 것이 아니라 퉁명스럽게, 혹은 짜증을 섞어서 던짐니다.
 

정말 이런 상황을 맞이할 때마다 필자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아니 먼저 묻습니다. 위와 같은 남편들에게.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고서 사과한 것입니까? 아니면 더 이상 거론하는 것이 귀찮아서 입막음으로 사과를 한 것은 아니고요? 필자가 보기엔 후자인 것 같은데요."

왜냐하면 필자는 삼자인데도 위와 같은 메일을 받을 때마다 메일의 주인공의 얼굴이 상상됩니다. 그리고 그 얼굴에 슬픔이 가득한 눈동자와 허전함한 남편과 아이들이 히히덕거리면서 놀을 때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아내의 입가에 번지는 미소가 미소가 아니라 씁쓸함이라는 것이 필자의 눈에는 보이는데, 님들의 눈에는 왜 그런 아내의 모습이 안 보입니까?
 
그리고 이런 메일을 받을 때마다 갖가지 말로 아내들의 마음을 위로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여자를 몰라도 저렇게 모를까? 하는 탄식과 더블어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이러다가는 아내가 걷잡을 수 없는 길로 빠지는데, 하는 우려가 앞서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런 마음도 있습니다. 남편들의 불륜에 관해서는 상담을 받지 않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입니다.
 
왜내하면 아내들의 불륜을 상담하면 필자에게 남는 것이 있습니다. 스스로가 한 가정을 지켰다, 라는 자부심이 있는데, 또는 아내가 남편의 사랑에 감동하여 정말 부러울 정도로 변해가는 보면서 뭔가 뿌듯함이 있는데, 남편들의 불륜에서는 10건 해결하면 3건 정도가 남편들이 상담에 소극적으로나마 동참하면서 나름대로 해결되고, 나머지는 위의 글처럼 필자에게도 쓸쓸함과 우려만 남겨주기 때문입니다,
 
아!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상담자들은 필자의 손에 의해서 남편의 불륜이 정리되었으므로 필자를 믿습니다. 그런 가운데 가끔 메일을 보내오는데 그 메일이 내용에서 아내들의 쓸쓸함과 허전함의 농도가 점점 심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어떤 때는 필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필자는 카운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아내가 얼마나 더 견딜까? 반 년? 두 달? 아니 지금이라도 누군가가 툭치면 이내 그 가슴으로 달려만 갈 것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며, 불행하게도 그 느낌은 적중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남편들도 이런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아내의 말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평생 가는 말들이. 그렇다면 사랑을 먹고 사는 아내들은 더 합니다. 그런데 님이 아내가 꽂은 것은 비수가 아니라 불에 달군 쇠 꼬챙이로 후벼 판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아내를 붙잡아 줄 사람은 남편 당신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