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에는 약간은 은밀하면서도 심각한 그들만의 고민이 있다. 
남성(男性)이라는 원초적 동질성과 함께. 과연 그 안에서 공유되는 그들만의 고민은 무엇이며 어떤 빛깔과 형태로 존재하는 것일까? 1이라는 숫자를 지닌 남성들만의 공간을 슬∼쩍.

남성클리닉이 비뇨기과의 부분집합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히 풀리는 문제다. 
내과 진료를 간, 장, 심장, 폐 등으로 나누어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진료가 되듯 비뇨기과도 그렇다. 비뇨기과에는 남성 생식기와 비뇨기 계통의 질환, 여성 비뇨기 계통의 진료들이 있다. 빗대어 말하자면 남성클리닉은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등과 서열이 같다고 할 수 있다.

남성클리닉은 이름 그대로 남자의 성(性). 주로 발기부전, 조루증, 지루증, 성욕감퇴 등을 치료한다. 
그렇다고 비뇨기과에서 '성기능'만으로 무 자르듯 딱 잘라온 건 아니다. 생식기능과 관련한 남성불임, 고환, 전립선 질환, 성기 기형 등의 치료도 겸하고 있다. 남성클리닉이 비뇨기과에서 분가는 했지만 그들의 차이는 별거 아닌 셈이다. 그 별거 아닌 정도는 신장결석, 신장 악성 질환, 여성 요실금, 여성 방광염 정도. 이 질병들은 비뇨기과만의 영역이다. 

비뇨기과와 상관없이 남성클리닉 내에서 점점 비중이 높아지는 진료도 있다. 남성갱년기클리닉. 여성은 폐경으로 갱년기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남성은 갱년기라고 말할 수 있는 중대 사건이 없다. 정액은 평생토록 나오기 때문이다. 그

런데 최근 남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는 40∼50세 남성 갱년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면홍조, 불안 초조, 성욕 감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갱년기를 의심해 볼 일이다.

때문에 찾아오는 남성도, 그들을 따라오는 질병도 골고루다. 발기부전, 조루증, 지루증, 선천적 성기 기형, 성기 왜소 콤플렉스, 남성 우울증…. 그 중 남성클리닉의 단골손님과 단골질병을 꼽는다면 40∼50대의 발기부전이다. 

이 시기가 되면 남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성기능이 쇠퇴하는 까닭이다. 발기부전 검사나 치료가 남성클리닉에서 비중이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린이나 젊은 남성도 남성클리닉을 피해갈 순 없다. 주로 포경수술을 하기 위해서이다. 한 쪽 고환이 숨어버린 잠복고환이나 요도가 제 자리에서 열리지 않는 성기 기형을 지닌 아이들도 남성클리닉 치료가 필요하다. 

젊은 남성의 경우 뛸 때마다 고환이 아프면 정계정맥류를 의심한다. 이 시기에 걸리기 쉬운 탓도 있지만 자칫 불임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신체상의 성문제로만 남성클리닉을 찾는 건 아니다. 마음과 관련된 성문제로 찾는 경우도 있다. 성(性)이란 한자에서도 알 수 있듯 성에는 마음(　)이 관여한다. 비뇨기과적으론 문제가 없는데도 성적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 

주로 성기에 이상이 없는데 발기가 안 되는 사람들이다. 심리적 위축이 문제를 일으키는 장본인이다. 이 경우 "당신은 아무 문제없습니다"라고 말해 돌려보내 봤자 문제는 여전하다. 발기가 안 되던 성기가 문제가 없다는 말 한 마디에 정상이 되는 건 아니다. 심리적 문제로 인한 성기능 문제는 상담 치료가 필요하다. 

약물치료도 함께 이루어진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적 위축이 풀리지 않으면 정신과로 보내진다. 보통 비뇨기과는 정신과와 연계를 맺고 있다. 성기능 장애는 심리적인 것과 떼어놓을 수 없는 내연의 관계(?)이기 때문.

'몰래'라는 단어가 아직도 남성클리닉을 찾는 남성의 뒤를 따라오기도 한다. 성에 대한 멋쩍음이 아직 남아 있어서다. 우리는 눈이 아프면 안과를 찾고 귀가 아프면 이비인후과를 찾는다. 전혀 거리낌없이 찾는다.

  남성클리닉 역시 성에 관여하는 부분이 아프면 찾는 곳이다.  
넘치는 성적 욕구를 채우러 가는 곳이 아니다. 병원에 가는데 전혀 창피해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이런 증상이 있는 사람은 남성클리닉을 꼭 찾아야 한다. 성기능이 맘처럼 안 될 때, 부부생활이 심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을 때, 임신이 되지 않을 때. 특히 3개월 동안 4번에 1번 이상 발기가 안 되는 불상사가 지속되면 병원을 찾도록 한다. 

소변이 시원치 않을 때, 지나치게 자주 마려울 때도 마찬가지다. 비뇨기 질환이 오는 징후일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정기검진을 위해 남성클리닉을 찾는 것도 좋다. 여성이 자궁암 검사를 받듯, 남성에게도 비뇨기 질환 검사는 중요하다. 

50살이 넘으면 1년에 한 번은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비뇨기과 의사들은 말한다. 남성들은 50대 이후에 전립선암이나 전립선 비대증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붙은 불은 실속 없이 꺼져버리기 쉬운 법. 성을 이용해 장사를 해 먹는 남성클리닉들이 생기기도 했다. 어딜 가나 존재하는 미꾸라지 때문에 남성들은 어떤 남성클리닉을 찾아야 하는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남성클리닉은 그럴싸한 이름만 보고 가면 안 된다. 일단 비뇨기과 전문의 자격증이 있는지를 따져 봐야 한다. 남성클리닉은 비뇨기과 출신이기 때문에 그걸 기본 전제로 삼는 것이다. 

병원에 들어서면 전문의 자격증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본다.  
남성클리닉에서 정작 조심해야 할 것은 성에 관한 과잉진료. 남성클리닉이 마치 성적 욕구만을 위한 곳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비단 의사의 권유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쓸 데 없는 진료를 원하는 본인 스스로의 억지도 해당된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성기능만은 항상 20대이기를 원하는 남성들. 남성클리닉 진료는 나이에 맞는 성기능을 위한 것이라는 걸 모르고 부리는 만용이다. 
지나치게 왜소한 성기 때문에 열등감에 빠져 사회생활이 힘든 상황이 아니라면 필요 이상의 진료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의사와 환자가 진료의 선을 합의 보는 것. 쉬우면서도 어려운 남성클리닉의 이용법이다.

진료는 상담으로 시작한다. 환자와의 신변잡기적인 얘기로 왜 성기능 장애가 오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상담이 끝나면 혈압측정, 성기의 기형 검사, 당뇨, 고혈압, 동맥경화 등 신체검사를 실시한다. 여기까지의 진료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기까지의 기본 검사가 끝나면 성기능과 관련한 특수검사에 들어간다. 발기부전을 알아보는 '리지스캔검사'. 이 검사 전에는 포르노 비디오를 보여준다. 흥분 상태에서 발기된 성기의 둘레, 지속시간, 두께 등을 측정하기 위해서다. 

발기부전과 관련한 검사에는 신경계의 이상을 알아보는 '스페이스 검사', 혈관계의 이상을 알아보는 '도플러 초음파 검사'가 있다. 조루증을 알아보는 검사에는 '음경진동각 측정 검사'가 있다. 음경이 어느 정도 예민한지를 보기 위한 검사다. 

이외 방광, 요도, 전립선과 관련한 검사들로 전립선 초음파 검사, 요로 역학 검사, 방광 요도 내시경 검사, 컴퓨터 정액 분석, 고환 조직 검사 등도 있다.

남성클리닉의 특수검사들을 환자 모두가 받는 건 아니다. 상담이나 기본 검사를 한 후 특수검사의 종류나 필요성을 결정한다. 치료 역시 마찬가지. 비아그라부터 혈관 수술, 보형물 삽입까지 검사 결과에 따라 다르다. 

남성클리닉의 치료는 언제까지라는 기간이 없다. 아무 문제없이 성관계에 성공하는 순간이 진료의 끝. 그때부터는 남성클리닉을 찾지 않아도 된다.

치료의 비용은 치료의 종류, 기간, 개인의 상태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발기부전 환자가 청년인지 노인인지에 따라 치료 효과는 확연히 다르다. 치료기간도 마찬가지. 청년은 한 두 번이면 끝날 치료가 노인은 2배 이상의 시간을 요구할 수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치료비를 확언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성기능 장애의 치료비는 비싸다는 것. 의료보험 혜택도 받을 수가 없다. 물론 일부 치료는 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앞서 말한 혈압측정, 당뇨, 고혈압 등의 일반검사들이 그렇다. 이외 비용을 알 수 있는 것에는 리지스캔 검사가 10∼20만원, 혈관계 검사가 20만원으로 검사 비용이 대략 50만원이라는 정도.

발기부전이 의심돼 병원을 찾는 경우도 예상 정도는 가능하다. 기본 검사비가 20만원 정도. 검사 후 약물 치료비가 한 달에 20만원 정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해 주사를 맞는 경우 매달 10만원 정도. 결정적으로 발기부전의 최종 치료인 음경보형물삽입수술을 받으면 1000만원 정도의 거액이 든다.

 삽입물 자체를 600만원 정도의 높은 비용으로 수입해 오기 때문. 이처럼 성기능 장애는 몇 십 만원부터 크게는 천 단위까지 진료비가 예측불허로 움직인다.

도움말 : 문무성 한사랑 남성클리닉 원장, 조인래 서울백병원 비뇨기과 교수